[연극]유지태&오달수 “충무로의 인연 대학로서 재회”

  • 입력 2004년 3월 22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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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 출연에 이어 연극무대에 함께 서는 유지태(왼쪽)와 오달수. “유지태의 성실성 하나는 알아줘야 합니다. 항상 연습실에 30분 먼저와 있어요. 내가 조금만 쉬려고 하면 ‘왜 연습 안하냐’고 난리예요.”(오달수) “제가 잘 모르니까, 아직 할게 많으니까 열심히 굴러야죠.”(유지태) 두 사람은 이번 연극에 함께 출연한 데 이어 6월에는 단편영화의 감독과 배우로 다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사진제공 파파프로덕션
영화 ‘올드보이’ 출연에 이어 연극무대에 함께 서는 유지태(왼쪽)와 오달수. “유지태의 성실성 하나는 알아줘야 합니다. 항상 연습실에 30분 먼저와 있어요. 내가 조금만 쉬려고 하면 ‘왜 연습 안하냐’고 난리예요.”(오달수) “제가 잘 모르니까, 아직 할게 많으니까 열심히 굴러야죠.”(유지태) 두 사람은 이번 연극에 함께 출연한 데 이어 6월에는 단편영화의 감독과 배우로 다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사진제공 파파프로덕션
“만날 사람은 꼭 만나게 되어 있나 봐요.”

데뷔 이후 연극에 처음 도전하는 영화배우 유지태(28)가 상대역인 오달수(37)에 대해 하는 말이다. 그는 영화 ‘올드 보이’에 함께 출연했던 오달수와 함께 요즘 연극 연습에만 매달려 있다. 두 사람은 4월21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행복한 극장’에서 2인극 ‘해일’(극작·연출 이해제)을 함께 공연한다.

오달수는 ‘올드 보이’에서 최민식에게 이가 뽑히는 사설 감방의 사장 역으로 빼어난 연기를 펼쳤던 배우. 영화 촬영 도중 형과 동생처럼 친해진 두 사람은 “연극 한번 같이 하자”고 의기투합했고, 고도의 연기 조화가 필요한 남성 2인극에 도전했다.

○연극이 좋아 개런티 500만원에 출연

톱스타 유지태가 이 연극에 출연하면서 받는 개런티는 500만원.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평균 출연료보다 높지 않은 수준이다. 유지태는 “1년에 한편씩 소극장 연극무대에 서거나 저예산 단편영화를 찍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달수 형과 연극무대에 같이 서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며 밝게 웃었다.

유지태는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촬영이 끝난 후 한 달 동안 하루 8시간씩 오달수와 연극 연습에만 몰두해 왔다. 영화 속에서 배나온 유부남 역할을 맡아 100kg까지 늘렸던 몸무게를 한 달 만에 다시 13kg이나 줄이는 강행군을 했다. 무대에 서기 위해 발성과 톤, 발음 액센트를 연습했고, 단어의 장단을 정확히 발음하기 위해 국어사전도 수시로 뒤적이고 있다. 연출가 이해제씨는 “유지태씨는 끊임없이 연습하고 자기 내면과 대화하는 노력파 배우”라고 평했다.

“파주에서 ‘올드 보이’를 촬영할 때 스태프들이 맥주를 한 잔 한다는 거예요. 저는 그냥 조용히 있으려고 숙소로 들어왔는데 지태씨가 직접 차를 몰고 와 같이 가자는 거예요. 그 때부터 선배를 챙기는 이 친구에 대한 각별한 느낌을 가졌죠.” (오달수)

○“얼굴이 커서 표정연기 잘보인대요”

연극배우로서 오달수의 가장 큰 ‘장점’은 얼굴이 크다는 점.

요즘 그가 ‘달수’역으로 출연 중인 ‘남자충동’에 많은 남자배우들이 등장하지만 무대에서는 그의 얼굴만 보일 정도다. 그는 “누군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2층에서도 제 얼굴표정이 보인다고 하더군요”라며 큰소리로 웃었다.

출판사와 인쇄소에서 일하던 그는 1989년 이윤택씨가 대표를 맡았던 부산 가마골 소극장으로 팜플렛과 포스터를 갖다 주는 심부름을 하다가 연극판에 뛰어들게 됐다.

영화 ‘올드 보이’와 연극 ‘흉가에 볕들어라’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선보였던 그가 ‘남자충동’에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해일’에선 거친 함경도 사투리를 쓴다. 박찬욱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연기파 배우로 그를 꼽았다.

유지태도 연기자로서 오달수를 존경한다. 유씨는 6월에 15분짜리 단편영화 ‘일각쾌락’을 연출할 예정인데 주인공(맹인 침술사 역)으로 일찌감치 오달수를 낙점했다.

○족쇄묶인 ‘총알받이’ 인민군 실화 그려

‘해일’은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후퇴하던 북한 인민군이 하급병사들을 사슬과 족쇄에 묶어 ‘총알받이’로 희생시켰던 실화를 소재로 다룬 작품.

유지태는 일본에서 유학하다 월북한 하연 역을 맡았고, 오달수는 함경도 산골에서 약초 캐다가 인민군에 입대한 만필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극중 내내 사슬에 묶인 채 치열한 심리극을 벌이다가 때론 아편에 취해 환각의 세계로 빠져드는 등 비장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다.

연출가 이해제씨는 “전쟁과 죽음이라는 족쇄에 묶여 90분간 사투를 벌이는 ‘해일’은 두 사람의 연기력을 시험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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