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극 ‘환’ 막걸리 마시고 즉흥놀이로 객석과 한무대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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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이미지 연극으로 재해석한 극단 여행자의 ‘환.’  사진제공 LG아트센터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이미지 연극으로 재해석한 극단 여행자의 ‘환.’ 사진제공 LG아트센터
“천하장군 진장군 대장군이 되었으니 식객들도 무병장수 하시오.”

19∼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될 극단 여행자의 ‘환’(幻)은 배우들이 객석까지 나와 막걸리를 권하는 떠들썩한 잔치장면으로 막을 연다. 배우들은 객석까지 연결된 좁고 긴 통로를 따라 나와 관객들과 서로 인사하며 소통하는 것.

이 작품을 연출한 양정웅씨는 LG아트센터가 극단 ‘인혁’의 이기도씨와 함께 ‘오늘의 젊은 연극인’ 시리즈에 초청한 차세대의 대표적 연출가. 대학로 소극장에서 주목받던 이들이 대극장에서 강남의 중산층 관객들을 대상으로 어떤 무대를 만들어낼지 연극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양씨는 지난해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도깨비 놀이’라는 한국적 연희기법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은 연출가다. 이번에도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즉흥놀이와 몽환적 이미지가 담긴 15개의 장면으로 이어진 연극을 선보인다.

‘맥베스’는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의 예언에 휘말려 왕을 시해한 뒤 불안감 때문에 학살을 일삼다 파멸해가는 인간을 다룬 작품. ‘환’에서는 맥베스(진장군)에게 살해당하는 던컨왕(해왕)이 사촌을 사랑하는 ‘여장남자’로 설정된다. 동성애적 코드를 통해 얽히고설킨 두 사람의 ‘욕망’을 증폭시킨 것. 해왕을 맡은 여배우(장영남)가 붉은 색 천으로 싸인 목욕통 안에서 진장군(정해균)과 함께 마약과 술을 마시다가 살해당하는 장면은 에로틱한 놀이처럼, 엄숙한 제의처럼 중층적 이미지를 띤다.

스페인의 다국적 극단 ‘라센칸’의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양씨가 이끄는 극단 ‘여행자’는 해외에서도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연(緣)-카르마’로 이집트의 ‘카이로 국제실험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올해는 폴란드의 말타 페스티벌과 콜롬비아 마니살레스 연극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양씨는 “서양연극이 이성이나 합리적 사유 등 인간의 반쪽만 파고든 반면, 동양연극은 감성적이며 비논리적이고 즉흥적 표현양식을 추구한다”며 “배우들 안에 내재된 생명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즉흥연기를 많이 하도록 연출하겠다”고 말했다.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6시. 2만, 3만원 02-2005-0114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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