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설 연휴 온가족 옹기종기…안방서 '시네마 여행'

  • 입력 2004년 1월 19일 16시 42분


그림속 나의 마을. 천국의 아이들. 비밀의 화원. 아름다운 비행
그림속 나의 마을. 천국의 아이들. 비밀의 화원. 아름다운 비행

《명절날 가족들이 함께 비디오를 보는 것도 가족애를 듬뿍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가 가족 비디오 10편을 골랐다. 선정된 10편의 설명 뒤에 붙은 괄호 안 촌평이 특히 흥미롭다. ‘거장들이 만든 가족 영화’ ‘작가주의 애니메이션’ ‘할리우드 가족 영화’ 등으로 분류했지만 이 작품들이 일깨우는 공통된 주제는 변함없는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이다.》

▼거장들이 만든 가족 영화▼

▽그림 속 나의 마을 (감독 히가시 요이치, 주연 마쓰야마 쇼고, 마쓰야마 게이고)

수려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인공적인 조명과 작위적인 화면을 배제했다. 다 자란 토란밭을 엉망으로 만들고 허수아비에 달린 전구를 깨는 등 어머니의 속깨나 썩이는 동네 말썽꾸러기들의 추억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한 마디!(그러나 토토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천국의 아이들 (감독 마지드 마지디, 주연 미르 파로코 하스미안, 바하레 시디키)

동생의 구두를 수선해오는 길에 야채가게에 들렀던 오빠 알리는 구두를 잃어 버리고 여동생 자라와 함께 구두를 번갈아 신게 된다. 동생에게 운동화를 사주기 위해 2등을 향해 달리는 알리를 보면 뽀얗게 반짝이는 내 신발은 얼마나 부끄러운 욕망들의 집합소인지. 가장 낮은 곳에 임한 천사들에 관한 무공해 영화.(이 영화를 보고도 돌부처인 사람은 지구를 떠나라!)

▽비밀의 화원 (감독 아네츠카 홀란드, 주연 케이트 메이벌리, 헤이든 프로즈, 앤드루 노트, 매기 스미스)

‘올리비에 올리비에’의 아네츠카 홀란드가 감독하고 프란시스 코폴라가 제작을 맡았으며 ‘베로니카의 이중생활’로 이름을 날린 즈비그뉴 프라이슬러가 음악을 맡았다. 고전적이고 품격 있는 원작의 맛이 살아 있다. 특히 로저 디킨스의 카메라에 잡힌 비밀의 화원은 신비하지만 스산한 아름다움이 깃든 화면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동화 하나를 위해 최고의 스태프가 뭉쳤다.)

위대한 강. 피리부는 목동. 프린스 앤 프린세스

▼작가주의 애니메이션에 경배를!▼

▽위대한 강(감독 프레데릭 벡)

자타가 공인하는 캐나다 거장 프레데릭 벡의 애니메이션.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세인트로렌스 강의 태초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를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재현해낸 영화. 장대하고 경이로운 작가주의 애니메이션의 경지를 보여준다. (인류에게 남겨주는 벡의 문화유산이다.)

▽피리부는 목동(감독 테 웨이)

중국을 대표하는 수묵화 애니메이션으로 먹이 살아 숨쉬며 돌아다니는 것 같다. 대사를 절제하고 자연의 온갖 소리로 사물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나무위에서 꿈을 꾸는 목동의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호접몽(胡蝶夢)이나 심우도(尋牛圖)의 우화를 생각나게 할 만큼 사색의 깊이가 향기롭다. (동양 애니메이션의 자부심이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감독 미셀 오슬로)

이 작품은 ‘키리쿠와 마녀’ 이후 두 번째로 찾아오는 프랑스의 실루엣 애니메이션. 흑인만 다니던 공립학교의 유일한 학생이었던 감독답게 이 작품의 스토리는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세상의 편견을 깨부수는 묘한 쾌감이 공존하고 있다. 특히 왕자와 공주의 키스장면은 백미다. (이 작품을 보면 갑자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골리앗의 모래성’처럼 보인다.)

▼가족의 편에서…할리우드 가족 영화▼

패밀리 맨. 메리 포핀스. 빅 대디

▽패밀리 맨(감독 브랫 라트너, 주연 니컬러스 케이지, 테이어 레오니, 제레미 피번)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천일야화. 이 작품은 딱 ‘크리스마스 캐롤’에 ‘왕자와 거지’를 합쳐 놓은 듯하다. 케이지가 연기하는 잭은 뒤바뀐 자신의 처지에 낙담하지만 서서히 자신의 삶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간다. 지금은 없어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선명한 뉴욕의 눈 내리는 거리, 센트럴파크에서 스케이트 타는 풍광은 우편엽서에서 곧바로 나온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정감이 간다. (스크루지, 뉴욕에 가다.)

▽메리 포핀스(감독 로버트 스티븐슨, 주연 줄리 앤드루스, 딕 반 다이크)

하늘에서 우산을 타고 춤추듯 날아온 가정교사 메리 포핀스. 방 치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손가락 하나로 저절로 방이 치워지는 마법을 부리고, 비가 오면 만화 속으로 들어가 비를 피한다. 뮤지컬의 영원한 고전으로, 전설적인 영화음악가인 셔먼 형제가 담당한 영화에는 마술의 단어 ‘수퍼칼리프래질리스틱엑스피아리도셔스’라든가 굴뚝 청소부와 함께 부르는 ‘침침 체리’ 등의 명곡이 즐비하다. (엄마가 아이였을 때…. 이런 영화를 봤지.)

▽빅 대디(감독 데니스 듀간, 주연 아담 샌들러)

‘빅 대디’는 미국에서 최고의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코미디 배우 아담 샌들러가 경험하는 ‘체험, 삶의 현장’ 같은 영화다. 미혼모 엄마가 사망한 후 ‘퀵 서비스’로 배달된 꼬마 주인공은 다른 모든 아이들처럼 밤엔 지도를 그려놓고, 일어나면 아침으로 과자를 먹겠다고 떼를 쓴다. 샌들러의 인간성과 아이 키우기의 어려움이 황금비율로 배합됐다.(‘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의 뉴욕 길거리판.)

▽아름다운 비행(감독 캐럴 발라드, 주연 제프 대니얼스, 안나 파킨)

눈부시게 아름다운 캐나다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소녀와 그 뒤를 좇아다니는 거위들이라는 이미지가 화면을 압도한다. 싱그러운 초원과 청명한 바람이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한 가운데 캐나다의 풍광과 앙증맞은 소녀의 비행은 속세의 모든 것을 작게 만들어 버린다. (‘피아노’의 안나 파킨, 비행소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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