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중선생 영전에]유경환/맑은노래 울릴때마다 굽어보소서

입력 2003-12-09 18:26수정 2009-09-2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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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아동문학가들이 선생님을 ‘한국 동요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데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래에 전통적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율동감은 시조에서 3·4조, 민요에서 7·5조, 가사에서 4·4조의 율격(律格)으로 나타나는데, 선생님은 이 3가지 율격을 종합해 생동감 있는 기본리듬을 자신의 동요에 뽑아 쓰셨습니다. 그래서 곡이 붙은 동요를 부르면, 누구나 숨결에 와 닿는 기본 리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조와 민요는 밝은 정서만 노래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생동감 있는 기본 리듬을 밝은 정서에 연결시켰습니다. 어려서 살아온 나라 안의 분위기와 침울한 정서, 이를 작품으로 이기고 딛고 올라선 공로가 여기서 밝혀집니다. 이것이 윤석중 문학의 특징이며, 아울러 선생님에 의해 이룩된 운문의 문학사적 전환이기도 합니다.

밝은 희망, 동요 속에 들어있는 나라 사랑의 씨앗은, 1945년 광복에 즈음해 새싹으로 자라고 퍼집니다. 동요를 부르는 누구나의 가슴에 옮겨진 희망과 기대와 이상(理想)이었습니다. 만일 선생님의 동요가 아니었으면 광복 직후 그 허허로운 진공 상태에서 무엇을 가슴에 채울 수 있었겠는지 새삼 되돌아보게 됩니다.

소년기에 우리 말글이 모든 매체에서 사라지는 현실을 체험하셨기에 우리 말글에 남다른 사상을 쏟아오셨으니 ‘주차’ ‘정차’라는 말 대신 ‘둠’ ‘섬’을 쓰자고 하셨고, 또 아흔 잔치(2000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선 새로 ‘나라 사랑 노래’를 짓고 있다고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1960년대 중반에 월간 사상계에 3회에 걸쳐 ‘내가 걸어온 동요의 길’을 연재해 이 글이 번역되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타셨습니다. 선생님이 여든을 넘기고 낸 동시집 두 권 ‘그 얼마나 고마우냐’(1994)와 ‘반갑구나 반가워’(1995)는 자신의 문학과 인생을 스스로 정리한 것으로, 동요짓기만으로 한평생을 보낸 생애를 대견하고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따뜻한 인본주의 사상이 입력된 정형률의 완성. 선생님은 정형률의 보석을 만인의 가슴에 걸어주고 가셨습니다. 맑고 고운 노래가 울릴 때마다 굽어보소서.

유경환 시인·한국아동문학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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