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매트릭스3 재미있게 보는 법

  • 입력 2003년 11월 4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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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상상도 못할 결말.'

'매트릭스3 레볼루션'이 의욕적으로 내건 카피문구다. 네오와 스미스가 벌이는 최후 대결의 결과는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다.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 만큼 심오할 수도, 반대로 허황될 수도 있다는 뜻. 그래서 완결편을 둘러싸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와 '종교적인 결말로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었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감독 워쇼스키 형제의 제안에 따라 영화사상 최초로 전 세계에서 같은 날(5일), 같은 시간(국내 오후 11시·뉴욕 오전 9시·LA 오전 6시·런던 오후 2시·모스크바 오후 5시)에 개봉한다.

●재미있게 보는 법

①네오의 스타일보다 휴머니티에 주목한다=네오는 3편에서 남루한 옷차림의 모습으로 나오고 눈까지 먼다. 오른손을 들어 번쩍 빛을 내뿜어 수많은 센티넬(기계병사)들을 일거에 무찌르는 네오를 신과 비교해 본다.

②'시민의 투쟁'이 보여주는 서사 스펙터클에 초점을 맞춘다=인류 최후의 도시 시온의 시민들은 센티넬의 인해전술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다. 액션의 무게 중심이 네오 일행으로 부터 시민군으로 옮겨왔다.

③액션의 공간개념이 확장된 사실을 간파한다=마지막 대결에서 네오와 스미스는 주로 날아다닌다. 다른 악당들은 천정과 벽을 딛고 뛰어다닌다. 트리니티는 '더블 이글'(양팔을 독수리 모양으로 벌리고 공중 정지 상태에서 발차기) 동작으로 이들을 무찌른다.

④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을 찾아본다=시민군의 무기인 APU(조종하는 사람의 동작에 따라 손발이 움직이는 로봇)는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여전사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사용했던 무기. 네오와 스미스의 대결장면은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거의 똑같다.

⑤뒤엉킨 철학적 메시지를 한마디로 요약해 본다=영화의 키워드는 '균형(Balance).' '매트릭스의 아버지'인 아키텍트는 방정식을 해독하고, '매트릭스의 어머니'인 오라클은 방정식을 헝클어놓는다. 네오는 선의 상징, 스미스는 악의 상징. 센티넬 군단은 시온을 공격하지만, 네오는 기계도시의 심장부를 찾아간다. 모두 작용(action)과 반작용(reaction)의 틀에서 움직인다. 작용과 반작용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세계의 본질이란 것이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

●재미없게 보는 법

①네오가 더 멋있어졌을 것으로 기대한다=네오의 모습은 멋있기보단 성스럽다. 또 심오하고 철학적인 문답을 주고받는 대신 "오늘 밤엔 끝나"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지" 등 단답식으로 말한다.

②모피어스의 역할이 개성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모피어스의 역할은 전함을 이끌고 공격받는 시온으로 가는 것. 그러나 싸움이 거의 끝날 무렵 모피어스는 도착하기 때문에 액션은 거의 없다. 네오-트리니티-모피어스의 삼각구도는 완전히 해체된다.

③새로운 악당들을 기대한다=멜로빙지언이 2편에 이어 '악의 축'으로 등장하며 조무래기 악당들은 개성 없이 싸우다 죽어간다.

④전편과 다른 모습의 '오라클'에 깊은 뜻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오라클 역을 맡았던 글로리아 포스터가 2편 촬영 직후 당뇨병으로 사망해 매리 앨리스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오라클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역할이나 권능은 똑같다.

⑤'완결편'인 만큼 속 시원한 '완전 결말'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이 시리즈의 최대 세일즈 포인트는 그 '찜찜함'에 있다. 제작자 조엘 실버는 "절대로 더 이상의 매트릭스 시리즈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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