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념편향 KBS 공영방송 맞나

  • 입력 2003년 10월 1일 18시 16분


특정 이념에 대한 KBS의 편향적 방송이 우려를 낳고 있다.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에 대해 5월과 9월 각각 방영한 ‘일요스페셜’ ‘한국사회를 말한다’ 프로가 대표적 예다. KBS는 국가정보원 조사를 앞둔 송 교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특집을 거듭 내보내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

특히 ‘한국사회…’가 방송된 지난달 27일은 송 교수의 친북(親北) 행적에 관한 논란이 첨예했던 시기였다. KBS측에 송 교수를 관대하게 처리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방송을 연기하거나 취소했어야 마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KBS는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인물 현대사’ ‘미디어 포커스’ ‘100인 토론’ 등을 통해 특정집단의 이념을 형평에 맞지 않게 강조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방송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특히 공영방송은 방송의 공적책임인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방송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 같은 KBS의 태도는 혹시 ‘방송이라도 공정하게 해서 신문의 편파적 보도를 상쇄해 줬으면 좋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소망’을 과잉으로 받드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실제로 6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KBS 뉴스보도의 37%가 정부중심적으로 나타났다. MBC(36.3%) SBS(16%)보다 높은 수치다.

방송프로는 다양하고 균형적이며 사실성에 적합한 내용으로 국민 화합과 조화로운 국가발전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 지금처럼 어느 한쪽만 개혁적으로 부각시키고 다른 한쪽은 개혁대상으로 몰아세우는 ‘의식화 방송’은 통합이 아닌 사회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이럴 경우 1980년대의 ‘땡전 뉴스’ 못지않은 시대착오적 ‘24시간 코드 방송’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KBS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국민의 공영방송임을 명심해야 한다. KBS가 특정집단과 정권의 홍보기구로 전락한다면 또 한번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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