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한강 보며…불꽃을 보며…초가을 길목 '도자기 축제'

  • 입력 2003년 8월 27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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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축제가 열릴 경기도 여주의 신륵사 옆 강월헌에서 바라다본 남한강 풍경.
도자기 축제가 열릴 경기도 여주의 신륵사 옆 강월헌에서 바라다본 남한강 풍경.
잃어버린 백년. 19세기 중반부터 6·25 직후까지 이 땅의 도자기 가마에 불기운이 닿지 않던 암흑의 시대를 일컫는다. 조선 미술의 상징이 될 만큼 발전을 거듭, 한 때는 세계 최고봉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는 조선의 도자기. 새 천년(2001년)에 경기도가 이천 광주 여주에서 ‘세계 도자기 엑스포’를 연 것은 그 영광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마련한 격년제 공모전 ‘경기도 세계 도자 비엔날레’(제2회)가 오는 9월 1일 이천에서 개막, 10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이에 맞춰 이천 광주 여주 세 시군도 도자기 축제를 연다. 세 곳의 축제를 찾아 떠나는 가을 여행길을 안내한다.

●이천-광주-여주 3곳서 열려

섭씨 1500까지 올려 도자기를 굽는 전통가마의 장작불. 조성하기자

비엔날레 전시회가 열리는 이천 설봉 공원은 도자기 테마 파크라 할 만하다. 연못 지나 전시장인 세계 도자 센터)로 오르는 언덕길은 전통 가마를 본 뜬 건물 내부를 통과한다. 1000년 후 공개할 100명의 도자를 진열한 ‘타임캡슐’이다. 그 옆 ‘토야 랜드’는 ‘퍼블릭 아트’라고 불리는 원색 조형물(퍼블릭 아트)의 공원.

‘세계 도자 센터’에서는 비엔날레 입선작(1층)과 각 대륙별, 스페인의 도자기를 본다. 전시장 밖 녹지에는 한옥(다리원)과 조각, 문학공원이 있다. 다리원은 한복 차림 여인들의 행다(行茶·차를 다려 마시는 행위)시범 장이다. 이천의 명물은 쌀밥. 밥 냄새 구수한 돌솥 쌀밥에 깔끔한 반찬이 그득히 차려지는 ‘이천 쌀밥’은 ‘참새 방앗간’이다. ‘이천 햅쌀 축제’(10월 23∼26일)도 열린다.

제철 만난 ‘장호원 복숭아’ 역시 이천 명물. ‘미백’ ‘천중도’ 품종도 맛있지만 최고는 역시 ‘황도’다. 과수원 농가가 500호나 밀집한 백족산 기슭 남천 마을(장호원읍 오남3리)에 가니 복숭아가 가지 아래 땅바닥에서 뒹군다. 껍질 살살 벗겨지는 잘 익은 놈은 입에 대니 단물이 쏟아진다.


‘장호원 복숭아 축제’는 황도 수확 철(9월 19∼21일)에 마을 앞 청미천 둔치에서 열린다. 진영 농원 주인 문용기씨는 “장호원 복숭아는 당도가 보통 복숭아의 상품(上品·10∼12도) 보다 높다”면서 “축제장에서는 당도를 즉석 측정해 보여준다.”고 말했다.

광주 행사장은 ‘조선 관요 박물관’지역. 이천 여주에 비해 훨씬 아늑해 보인다. 산자락 숲가인데다 무궁화동산, 엑스포 공원, 스페인 조각 공원, 한국 정원, 자연 학습장 등등 주변에 쉴 공간을 많은 둔 덕분. 박물관 앞 ‘물의 광장’은 더위 식히기에 좋다. ‘바닥 분수’에서는 물줄기 사이로 아이들이 흠뻑 젖은 채 뛰어다닌다. 러시아의 우주 정거장 미르(복제품)도 전시 중. 우주인의 생활공간을 직접 살펴 볼 수 있다. 전시장 옆에서는 전통 가마의 설계부터 완성까지 가마 지식의 전 과정을 보여줄 워크숍이 두 달간 계속된다.

●복숭아-햅쌀 축제 미각 유혹

광주는 조선시대 사옹원(왕실의 음식과 그릇을 관리하는 관청) 분원이 있던 곳으로 관요 주변에 전국의 도공을 불러 모아 집단 거주시키며 1883년까지 여기서만 백자를 굽게 했다. 당시 백자는 왕실 전용 그릇이어서 사대부조차도 임금의 하사품만 소장할 수 있었다고 최건 관장은 말했다. 이번에 ‘조선 도자 500년 전’과 그 전통을 계승한 현대 작품전을 마련한 것은 그런 전통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여주 생활 도자관은 강변 사찰인 신륵사와 이웃해 남한강 나들이를 겸할 수 있어 좋다. 강변의 행사장은 신륵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 강안의 정자 강월헌에서는 강바람 쐬며 황포 돛배 오르내리는 남한강을 내려다보는 여유도 즐긴다.

생활 도자기의 고장인 여주에서는 파블로 피카소와 후안 미로 등 스페인 거장의 도자기 작품전, 독일 마이센 등 명품 반열에 오른 세계 10개 기업의 생활 도자기가 전시된다. 수집가용인 도자 인형 ‘갈란트 악단’(마이센)도 찾아 보자. 꽃과 음식, 패션과 영화를 도자기에 접목시켜 펼치는 ‘전시+실연’의 복합 이벤트 ‘4F 페스티벌’은 여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볼거리다.

이천·광주·여주=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 정보

◇입장권 △가격 ①전 지역=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②단일 지역=3000, 2000, 1000원. △예매=31일까지. 1000원 할인. △예매처=농협중앙회(031-220-8712) 전국 영업점, 티켓 링크(www.ticketlink.co.kr 1588-7890), 전국 대형 서점(티켓 링크) ◇행사 안내 ①(재)세계 도자기 엑스포(www.worldceramic.or.kr)=031-631-6568 ②이천시(www.icheon.go.kr)=지역경제과 031-644-2280∼3 ③광주시(www.gi21.net)=조선관요박물관 031-797-0614 ④여주군(www.yeoju.gyeongi.kr/ceramic)=지역경제과 031-880-1281∼3 ◇찾아가기 △대중교통=홈페이지(www.worldceramic.or.kr)에 상세 안내 △셔틀버스(무료) ①전철역=야탑역(분당선)↔광주, 강변역(2호선) 강동역(5호선)↔광주 ②행사장 간=이천↔여주, 이천↔광주 ③시외버스 터미널=이천 여주 터미널↔각 행사장 ④임시 주차장=이천 여주(홈페이지에 상세 안내)↔각 행사장 △손수 운전(고속도로) ①이천=중부/서이천IC∼3번국도, 영동/이천IC∼3번국도 ②광주=중부/곤지암IC∼3번국도 ③여주=경부·중부∼영동/여주IC∼37번국도∼여주 대교∼신륵사 입구.

◇황포돛배 타기 △운행=평일(월∼토) 오후1시∼5시, 휴일(공휴일) 오전 11시∼오후 5시에 매시 정각(오후 12시만 제외)에 조포 나루(신륵사 앞)를 출발, 여주 나루(군청 근방)까지 왕복 운행(4.5km·40분소요) △요금=현재는 무료. 조례가 공포(10월초로 전망)되면 3000원(어른) 2000원(어린이 청소년). △승선 인원=13명 △문의=여주 군청(문화관광과) 031-880-1866

▼쌀밥…손두부…국밥…막국수…도자기도 '식후경'▼

도자기 축제가 열리는 이천 광주 여주. ‘경기 남도’의 이 세 곳은 성남과 하남 두 시가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자리매김 한 뒤 한결 서울에 가까워졌다. 덕분에 휴일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 것은 물론. 허나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드라이브 객이 몰리는 것은 아닐 터. 식도락의 여유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별미와 맛 집’도 한 몫을 한다.

●이천 여주의 쌀밥

이천 별미라면 ‘쌀밥’아닐까. 반찬 가득한 정식 상에는 돌솥에 ‘임금님 쌀’로 지은 쌀밥이 오른다. ‘옛날 쌀밥 집’(031-633-3010)등 식당은 3번국도(축제장인 설봉 공원∼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 진입로∼신둔면 수광리 도예촌 구간)변에 많다. 축제 기간에는 점심시간을 피하는 것이 요령. 여주 역시 진상 미의 전통에 빛나는 ‘대왕님 쌀’ 산지. 여주에도 쌀밥 집은 많다. 임금님 표와 대왕님 표 쌀은 이천과 여주의 쌀밥 집에서도 판다.

손 두부와 돌솥 쌀밥을 내는 ‘옛날 맛 손 두부’(이천시 부발읍 가좌리)는 이천 토박이들이 애용하는 숨겨진 맛 집. 지난겨울에 담가 냉동고에 보관해온 묵은 김장김치가 별미다. 포기 채 내는 군내 없는 묵은 김치로 두부와 편육을 싸 먹는다. 동동주와 잘 어울린다. 돌솥에 지어 퍼주는 쌀밥은 순두부와 된장찌개와 함께 먹는다. 장호원 방향 3번 국도에서 마을길로 1.2km. 031-633-5190

●곤지암(광주)의 소머리 국밥

한양 오가던 이들이 곤한 다리 쉬게 하며 요기하던 전통 음식, 소머리 국밥. 80년 부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원조 식당 ‘최미자 소머리 국밥’(1관 2관)은 도자기 축제장인 설봉 공원(이천)과 조선관요박물관(광주)을 잇는 3번국도 가에 있다. 분청 사발에 국밥을 말고 고춧가루 국물 진득한 깍두기는 옹기에 담아 함께 낸다. 수육도 별미다. 오전 7시∼오후 9시, 월요일은 쉰다. △1관=031-764-6155 △2관=031-764-0257

●천서리 막국수 촌(여주)

‘천서리’ 보다는 ‘이포 대교 앞’이라는 것이 찾는데 도움이 되는 이곳. 1975년 강진형씨가 고향(평북 강계)에서 즐겨 먹던 메밀묵을 쑤어 팔면서 곁들여 내던 ‘봉진 막국수’(주인 강봉진 031-882-8300)의 메밀 막국수가 원조. 매콤하면서 새콤달콤한 막국수 맛이 입소문으로 널리 알려진 뒤 80년부터 ‘천서리 막국수 촌’이 형성됐다. 현재 막국수 전문 식당은 모두 10곳.

양지머리 고기에 무와 다시마 통후추 한약재를 넣고 함께 고아낸 사골 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육수를 만들어 냉면 그릇에 메밀국수와 함께 담아낸다. 비빔과 물 두 종류가 있다. 이북식 백김치와 맛의 어울림이 좋다. 최근에는 막국수와 함께 홍원 막국수(본관031-882-8259, 별관 031-883-1500)의 기름기 뺀 담백한 편육 맛을 찾아오는 이도 많다. 매년 9월 천서리 막국수 축제를 열어 왔지만 올해는 불경기에 군청 지원도 미흡해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찾아가기=여주 읍내(터미널 사거리)∼37번국도(양평 대신 방향)∼여주 대교∼북내면 도자기 마을∼석봉 도자기 미술관∼오학 사거리∼도자기 공장∼천서 사거리(이표 대교 앞)

이천·광주·여주=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콘서트-묘기 볼거리 가득…추석 연휴 둘러볼 만▼

올 추석연휴(9월 10∼12일). 주말(13, 14일)까지 포함시키면 5일이나 쉼 없이 이어지는 긴 휴가다. 그러나 귀향과 귀성으로 혼잡한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멀리 여행을 떠날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 그래서 수도권 주민들은 이천 광주 여주 등 지척에서 열리는 도자기 축제장을 연휴 나들이 장소로 많이 이용할 듯하다. 통합권(5000원) 한 장이면 세 곳의 축제장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또 수시로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이 펼쳐지고 한가위에는 민속놀이 한마당도 마련되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축제 행사 일정은 표 참조.

축제기간(9월 1일∼10월 30일) 내내 펼쳐질 ‘웰컴 투 세라믹 월드’는 테마 파크에서조차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볼거리. 퍼포먼스와 이벤트, 공연으로 구성된다. 특히 주말 및 공휴일에 펼쳐지는 ‘테마 퍼포먼스’는 ‘세계 도자 비엔날레’라는 예술 축제의 의미와 분위기를 돋우는 흥미 있는 거리 공연이다. 전신에 도자기 문양을 그려 넣은 모델들이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징성 높은 예술 퍼포먼스를 펼친다.

외국인 연기자의 초청 공연 역시 국내서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볼거리. ‘안티 그래비티(Anti Gravity)’에서는 올림픽 등 스포츠 대회에 입상할 정도의 근력과 연기력을 갖춘 숙련된 연기자들이 중력을 극복하고 공중에서 우아한 신체 동작을 예술적으로 연기(아크로바틱)한다. 무술 댄스 스턴트 텀블링 등에서 보여주는 묘기급 몸놀림은 감동을 선사한다. ‘피아노 저글링’(광주)은 건반에 공(5∼7개)을 던져 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피아노로 음악을 연주하는 새로운 묘기.

‘풍선 인간’이라는 뜻의 ‘버블 맨’(여주)은 비눗방울을 이용해 마술에 가까운 묘기를 펼치는 코믹한 공연. 작은 거품에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까지 다양한 비눗방울을 만들어 그것을 이용해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파워라이저 쇼(이천)는 탄력 기구를 장착한 신발을 신고 공중에서 펼치는 고공 점프 연기.

행사장에 가면 도자기 축제의 마스코트인 토야 캐릭터 쇼를 볼 수 있고 ‘세라믹 퍼즐 랠리’도 즐긴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퍼즐판의 안내대로 관람하면서 표시된 장소마다 스탬프를 찍어 제출하면 푸짐한 선물을 주는 행사다.

대중 가수의 콘서트도 행사장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 아래 진행된다. 이천에서는 록 콘서트와 발라드 콘서트가, 여주에서는 추억의 가수가 출연하는 포크 콘서트가 열린다. 출연할 추억의 가수는 서유석 장계현 전영록 유심초 조덕배 채은옥 김도향 장은아 채은옥 등. 남진 현미 문희옥도 나온다.

한가위 연휴기간에는 민속 놀이마당과 더불어 ‘세라믹 골든벨’ ‘외국인 장기 페스티벌’ ‘토야 노래방’ 등 관람객이 참여하는 행사가 야외 공연장에 마련된다. 행사장에서 판매되는 ‘종합 안내서’를 구입(1000원)하면 정확한 행사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이천·광주·여주=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사랑과 영혼'처럼 만들어 보세요▼

각 축제장에는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체험장이 마련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도자기 축제 나들이 길. 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테니 이번에는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봄이 어떨지. 축제장마다 체험 코너가 있기는 해도 충분히 즐기기에는 넉넉지 않다. 조용한 도자 공방을 찾아가 직접 만들어 보며 도자기의 모든 것을 배워 보자.

요장(窯場)이 밀집한 이천시 신둔면의 야산 기슭에 자리 잡은 예원도요(대표 박숙준). 이곳은 연중무휴 도예교실이 열리는 도자기 작업장 겸 체험 학습장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두 가지(2시간, 4시간). 하루 두 차례(오전 10시와 오후 2시 시작) 운영한다.

우선 흙에서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비디오를 시청하고 전통 가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도자기 공방에서 작업 현장을 견학한다. 마지막 순서는 직접 도자기를 빚는 작업. 만든 것은 가마에 구워 소성시킨 뒤 택배(4000원 별도 부담)로 부쳐준다.

참가비 1만5000원. △예원도요 홈페이지=www.yewonceramic.co.kr △전화=031-634-2114

이천=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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