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종교단체 시신발굴 현장…땅밑 1m 파내려가자 뼈더미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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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Y종교단체 신도 2명의 살해 암매장 발굴 현장인 경기 안성시 금광면 현곡리 금광저수지 야산. 금광면사무소에서 충북 진천군 방향으로 약 2km 거리에 있는 야산에 드러난 1차 발굴현장은 도로에서 불과 20여m 떨어져 있었다.

40∼50년생 소나무와 참나무 등 잡목들이 우거진 가파른 오솔길을 오르자 약간 너른 평지에서 발굴작업이 벌어졌다.

수원지검 강력부 심재천 검사의 지휘로 진행된 발굴작업에서 경기경찰청 감식반 등 20여명이 땅 밑 1m, 폭 5m로 파내려가자 대퇴부에 이어 턱뼈와 두개골이 차례로 나왔다.

검찰은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된 Y종교단체 신도 정모씨(44)의 진술에 따라 유골은 지모씨(90년 실종 당시 35세)의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지씨는 이 종교단체의 전 신도 소문종씨(당시 25세)를 1986년 납치 살해하는 데 주도적인 인물이었지만 이후 교주의 비리 폭로를 준비하다가 살해된 것 같다”고 밝혔다.

아래턱뼈에서는 금니 3개가 발견됐으며 유골은 다리와 머리가 맞닿아 구부러진 상태였다. 그러나 옷가지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당초 검찰은 지씨가 머리를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했으나 두개골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미뤄 지씨가 폭행당해 실신한 뒤 생매장되는 바람에 질식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곧이어 벌어진 2차 발굴 현장은 1차 발굴 현장에서 금광면사무소 방향으로 100여m 떨어진 야산으로 도로와 약 50m 떨어져 있었다.

1차 발굴 장소와는 달리 완만한 능선에 위치한 2차 발굴 장소에는 굴착기까지 동원됐지만 1차 발굴과는 달리 손쉽게 유골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날 오후 8시까지 발굴 장소에서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모씨(92년 실종 당시 50세)의 유골이 나오지 않자 검찰은 일단 발굴을 중단하고 조만간 다시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방송을 통해 발굴소식을 접한 전씨의 부인(58·대전 동구)과 두 아들이 찾아와 발굴 현장을 애타게 지켜봤다.

전씨의 큰아들(36)은 “아버지는 당시 이 종교단체가 발행하는 신문의 편집국장이었으나 이 단체의 비리를 폭로하려다 실종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 발굴된 유골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지씨인지 여부를 확실히 가리기로 했다.

안성=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Y종교단체는 어떤곳▼

14일 살인교사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된 조모씨(72)가 이끄는 Y종교단체는 1981년 설립됐으며 경기 모 지역에 본부 제단(祭壇)을 두고 있다.

조씨는 세상의 종말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명을 받아 이 땅에 내려왔으며 자신이 유불선을 통합한 유일신이라고 선전해 왔다고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조씨는 과거에도 유사한 살인 교사 혐의를 받기는 했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어 번번이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검찰이 조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긴급체포함에 따라 이번에는 조씨의 혐의가 입증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수원지검 이경재(李慶在) 강력부장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2년 6개월간 서울지검에 근무하면서 이 종교단체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았던 인물.

한편 이 종교단체 관계자는 이날 “현재 전국에 50여개 제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도 수는 40만명에 이른다”며 “조씨는 교주가 아니며 교리를 전파하는 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 종교단체 신도회는 이날 ‘공식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피의자들은 우리 제단에 나오지 않은 지 15년이 넘은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최근 제단에 찾아와 금품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장난을 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부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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