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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4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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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거대한 쓰레기장=김씨가 사는 곳은 쌀과 도자기로 유명한 경기 여주군. 너른 논과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김씨는 매일 남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여주에는 2001년 중순에야 초고속인터넷망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지금 이곳의 초등학교, 중학교 인터넷 게시판은 대도시의 학교들만큼이나 더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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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씨는 지난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만든 유해사이트 신고단체 ‘사이버패트롤’에 가입했다. 매일 신고하는 유해사이트 수는 20∼30개.
“현재 거의 모든 인터넷 게시판에는 유해정보 글이 1개 이상 올라와 있어요. 그 글이 안내하는 유해사이트에 들어가면 또 다른 유해사이트가 나오고, 두 번째 유해사이트는 세 번째 유해사이트로 이어지죠.”
김씨가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관련 유해사이트 몇 개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이런 사이트 운영자들은 ‘내가 100명의 주민등록번호가 있는데 나에게 20명의 주민등록번호만 제공하면 100명의 번호를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해요. 돈 받고 팔기도 하죠.”
‘수면제’라는 키워드로 찾아들어간 모 웹사이트에는 ‘수면제로 쉽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안이한 포털업체들=김씨가 유해사이트를 찾는 데 가장 많이 참고한 곳은 포털업체의 커뮤니티 사이트들이다. 유해사이트 운영자들이 버젓이 대형 포털 내에서 자신의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대부분의 포털업체들은 ‘섹스’ ‘자살’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김씨는 “잘 보라”며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았다.
신뢰도 높은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에서 ‘섹스’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검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글이 떴다. 하지만 김씨가 ‘섹 스’라고 한 칸을 띄워 쓰자 섹스와 관련된 검색결과가 모니터를 가득 채웠다. ‘야 동(야한 동영상)’, ‘포 르노’도 마찬가지.
김씨는 “포털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지금도 애를 쓰고 있지만 훨씬 강도 높은 보안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해 커뮤니티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하면 포털업체들은 대부분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거부한다”며 “유해사이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고 및 차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벌 없이는 모두 헛일=김씨와 함께 찾아 들어간 한 음란사이트에는 운영자가 이 같은 글을 올려놓았다.
‘이 웹사이트 주소가 신고 당하면 저에게 메일을 보내주세요. 다른 주소를 알려 드릴게요.’
김씨가 유해사이트 운영자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이유다.
“요즘 건강한 인터넷을 만들겠다는 유해사이트 신고자들이 크게 늘었어요. 하지만 웹사이트를 신고하는 것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잡아야 해요. 그리고 강력한 처벌로 다른 유해사이트 운영자들에게도 경종을 울려야 하지요.”
김씨는 경찰이 되면 사이버수사대에 들어가 유해사이트 운영자 검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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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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