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어린이 파브로 곤충기'…"매미야! 왜 우는지 알~지"

  • 입력 2003년 7월 15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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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파브르 곤충기(전 7권)/고바야시 세이노스께 글 정병수 그림 최영미 옮김/각권 100쪽 내외 각권 8000원 을파소(초등 3년 이상)

항상 옆에 있어서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들이 있다. 곁에 있는 가족들이 그렇고, 오래된 책들이 그렇고, 오며 가며 무심히 스치는 벌레들이 그렇다.

‘파브르 곤충기’도 워낙 익숙해서 다 알고 있으려니 싶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좀 낯설다. 우선 글쓴이가 ‘앙리 파브르’가 아니라 ‘고바야시 세이노스께’로 되어있다. 일본 곤충학자인 글쓴이는 100여년 전에 씌어진 ‘파브르 곤충기’에 대해, 곤충에 대한 파브르의 관심은 그대로 전달하면서 책 내용을 적절히 가감하고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는 현대적인 주석을 달았다. 파브르 곤충기에 대한 변주라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감탄하게 되는 것은 파브르의 건강한 호기심이다. 징그럽다거나 더럽다거나 하는 편견 없이 ‘이건 뭘까’, ‘이건 왜 이럴까’에서 출발하는 곤충 관찰은 세세하고 꼼꼼하다. 과학책의 가장 기본인 관찰하고 자세히 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쇠똥구리 머리에는 작은 톱니 모양의 다리가 두 개 있습니다. 그 톱니 모양의 다리로 ‘영차 영차’하며 똥을 긁어내기 시작합니다. 쇠똥구리의 톱니 모양 다리 두 개와 몸통에 있는 네 개의 다리가 서로 잘 협조하여 열심히 똥을 긁어냅니다. 맨 앞의 다리 두 개가 ‘어이,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긁어낸 똥을 껴안고는 나머지 네 개의 다리가 있는 곳으로 넘겨줍니다. 그러면 뒤쪽 네 개의 다리는 ‘그래 이번에는 내 차례다’라고 대답하듯이 똥을 껴 안고 꼭꼭 눌러줍니다.”

이런 글을 읽다보면 천천히 호흡을 낮추고 곤충의 움직임에 자신을 맞추어가는 파브르의 숨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 파브르와 함께 풀밭에 머리를 대고 누워 쇠똥구리를 보고 있는 내가 느껴진다.

이 글은 수필 같기도 하고 과학책 같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하다. 생활과 함께하는 과학, 사실에 기반을 둔 상상, 대상에 대한 배려가 우선하는 관찰, 어린이다운 호기심을 그대로 인정하는 실험, 이런 것들이 쉬운 글로 잘 어우러져 파브르 곤충기의 매력을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곤충들을 보면 (특히 7권에 나온 쇠똥구리, 매미, 사냥꾼벌, 사마귀, 딱정벌레, 메뚜기, 송장벌레) 비밀을 다 털어 놓은 친구를 만나듯이 “얘, 나 너 알아”하고 말을 건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김혜원·주부 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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