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아귈레라 머리위의 촌티 모자

  • 입력 2003년 5월 29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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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가수 크리스티나 아귈레라가 혓바닥 모양이 그려진 ‘트러커 햇’을 썼다. ‘트러커 햇’ 기본형에서 챙을 넓힌 변형.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트러커 햇’이 인기를 끌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미국의 여가수 크리스티나 아귈레라가 혓바닥 모양이 그려진 ‘트러커 햇’을 썼다. ‘트러커 햇’ 기본형에서 챙을 넓힌 변형.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트러커 햇’이 인기를 끌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미국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트러커 햇(trucker hat)’이 인기다.

뉴욕타임스는 15일자에서 ‘길거리에서 시작된 유행이 잘 나가는 연예인들에까지 전파됐다’며 ‘트러커 햇’ 열풍을 보도했다.

‘트러커 햇’은 야구 모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마에 닿는 부분이 더 길고 평평하다. 원래 미국 중서부 지역의 농부들이나 트럭 운전사들이 즐겨 쓰는 싸구려 모자로 긴 이마 부위에 담배, 기계, 자동차의 부속품 등 마초적인 상품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들은 터프한 이미지를 연출하려 할 때 즐겨 쓴다. 음악 전문 채널 MTV에서 ‘펑크드(Punk'd)’를 진행하는 배우 에쉬톤 커처는 매 프로그램에서 다섯개의 ‘트러커 햇’을 갈아 쓴다. 인기 남성 그룹 ‘앤싱크’ 출신의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젤을 듬뿍 묻혀 고정시킨 본인 특유의 헤어스타일 대신 ‘트러커 햇’을 찾고 있다. 가수 크리스티나 아귈레라는 발랄한 힙합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이 모자를 쓴다.

이 모자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주거지나 성적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의견도 있다. 아래로 푹 눌러 오른쪽으로 돌려쓰면 맨해튼 첼시지역에 사는 게이, 모자 부리를 위로 제친 뒤 왼쪽으로 돌리면 ‘로어 이스트’ 지역에 사는 사람, 부리를 왼쪽으로 돌려 눌러 쓰면 롱 아일랜드에 산다는 뜻. 여성들은 주거 지역에 상관없이 한쪽 눈을 가릴 정도로 푹 눌러 장난스럽게 쓰는 경우가 많다.

촌스러운 ‘트러커 햇’이 세련된 뉴요커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 하지만 이 모자는 2, 3년 전 뉴욕 브루클린, 로스앤젤레스의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한 번 유행했던 아이템이다. 당시 미국 증시와 경제가 활황을 누리면서 고급 의상 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일부 젊은이들은 이에 대한 반발과 질시로 일부러 싸구려 브랜드 로고나 유치한 광고 문구가 쓰인 ‘트러커 햇’을 찾았다.

다시 찾아온 ‘트러커 햇’은 ‘마이너리티’가 아닌 ‘메인스트림’으로 편입됐다. ‘디젤’ ‘핫 토픽’ ‘어반 아웃피터스’ 등 대형 의류 체인망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고 뉴욕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 바니스도 35달러짜리 모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캐주얼 브랜드 ‘갭’은 겨울을 겨냥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트러커 햇’의 유행을 주도해 온 트렌드 세터들은 모자에 리본을 붙이거나 페인트 칠을 하는 등으로 또 다른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책 ‘나처럼 패셔너블해지거나 현명하게 쇼핑하는 법’의 저자 앤드루 엔라이트는 뉴욕 멋쟁이들이 자신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트러커 햇’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이 모자가 ‘부조화 속의 조화를 찾는 포스트모던한 이미지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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