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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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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정식으로 조인된 지 50년이 된다. 그런데 최근 한미관계가 전환기를 맞이했음을 알리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 여중생 두 명이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보다 대등한 한미관계를 강조했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해 불신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대통령 특사가 미국을 방문해야 했다.
비록 미국의 대이라크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빠른 지지 표명과 파병 결정으로 한미간의 불협화음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지만,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시인하면서 재부상한 북핵 문제를 비롯해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미동맹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이며, 동맹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주한미군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 주한미군의 역사와 이를 둘러싼 쟁점에 대해 소상히 밝히는 책이 출판된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의 1부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과정에서 정전협정의 체결에 반대했던 이승만 정권을 회유하기 위해 미국이 그 대가로 제공한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이 기대했던 것과 달리 미국에는 조약상 전쟁 발발시 자동적 개입의 의무가 없다. 미국의 조약상 의무는 한국에 대한 ‘외부의 침략’에 한해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에 의한 선제공격은 그 대상이 아니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다고 돼 있기 때문에 미국에는 어느 정도 행동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한미군은 미국의 자동적인 군사적 개입을 보장하는 ‘인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철수 혹은 감축 문제는 늘 양국간의 ‘뜨거운 감자’였고 미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거듭했다.
현재로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앞으로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한국 주도로 통일이 될 경우 지금처럼 주한미군이 남아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지금 한미동맹 또는 주한미군의 장래를 전망하는 것은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경제발전을 배경으로 한 중국의 군사대국화나 일본의 동향과 같은 글로벌한 전략 환경의 변화, 한미 양국의 경제 상황이나 여론 등에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9일 끝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제1차 회의에서 양국은 한반도 안보에서의 ‘특정임무’를 한국군이 책임지고 역내 안정에 대한 주한미군의 기여가 강화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유사시 자동 개입을 보장하는 제2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일안보조약과는 달리 한미상호방위조약상 주한미군의 병력이나 장비에 중요한 변경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도 미국측에는 한국 정부와 협의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병력의 규모보다 기동성을 중시하는 현 조지 W 부시 정부의 군사전략에 비춰볼 때 한국이 원하지 않아도 미 제2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 또는 철군도 있을 수 있으며, 우리는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주한미군의 현황과 쟁점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통일 과정 또는 통일 후의 다양한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미국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치밀하게 고찰한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한미동맹이 21세기형 동맹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동맹의 구조나 기능의 변경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공유하면서 한반도 안보를 넘어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조진구 고려대 박사후연구원·국제정치학 chojg@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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