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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4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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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가 새 공장을 찾았을 때는 대당 50만 스위스프랑(약 4억5000만원)하는 전자동 공작기계 20여대가 시계 조립에 필요한 볼트와 너트, 핀 등 부품을 깎아내고 있었다. 금으로 된 부품을 연마할 때 떨어지는 금가루를 자동으로 빨아들이는 기계도 작업대마다 설치돼 있었다. 예전에는 덧신을 신고 일하던 직공들이 작업 후 옷에 붙은 금가루를 모으기 위해 작업복과 덧신을 털어야 했다.
그러나 마티즈 반 스트라텐 부사장은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피아제의 제작기법에서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사람의 손을 거쳐야죠.”
하청업체가 공급한 금으로 된 시계 케이스는 직공 서너명이 수작업으로 표면을 다듬고 윤기를 냈다. 이들이 쓰는 도구는 나무젓가락 크기의 막대와 사포, 면봉이 전부였다.
시곗줄도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인기였던 모델 ‘트래디션’(시가 2000만∼3000만원)의 줄은 폭 2㎜의 가는 백금줄을 용수철 모양으로 촘촘히 꼬아 나사선 4개를 만든 뒤 그것들을 서로 결합하고 사이사이 핀으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반복해서 만들어졌다. 20년 경력의 남성 직공이 시곗줄 하나를 만들어 케이스에 용접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2∼25시간.
시가 1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보석 시계를 만드는 공정에는 더욱 기계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40년 경력의 직공은 디자인부에서 넘어온 시계 스케치를 토대로 모든 공정을 혼자서 다 해내고 있었다. 그의 작업대에는 조각칼처럼 생긴 손때 묻은 도구 10여개와 시계 부품을 고정시키는 바이스가 놓여 있었다.
공정마다 정식 직원이 아닌 견습생들이 숙련공들에게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공장에서는 이들을 도제(apprentice)라고 불렀다. 마티스 부사장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피아제는 직원 320명의 이 공장에서 1년에 250여 종의 시계 2만개를 만들어낸다. 장인들이 만든 시계 가격은 최하 4000달러(약 480만원)부터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까지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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