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혁명하라’ 함석헌 선생 명상집 나와

  • 입력 2003년 3월 2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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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유물론이 판치던 80년대 대학가에서 함석헌 선생의 ‘씨ㅱ’론은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에 가까웠다. 거대한 사회변혁을 추구하던 그들에게 ‘정신의 중요성’과 ‘너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고 운운하는 씨ㅱ론은 마치 진정한 변혁의 뒷다리를 잡는 변두리 이론이거나 소박한 생활철학 정도로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엔 어떨까. 크리스챤아카데미 연구원인 김진 교수가 엮어낸 함 선생의 명상집 ‘너 자신을 혁명하라’(한울)를 읽어보면 오히려 시대를 앞서 간 함 선생의 혜안을 엿볼 수 있다.

‘하늘나라를 지키잔 것은 종이요, 하늘나라를 내 집으로 내 마음대로 쓰잔 것은 아들이다. 종놈들은 문간을 지켜라. 우리는 마음대로 뒤져 그 속을 알고 불편이 있으면 고치고 부족하면 더 지으면서 살리라.’(16쪽)

‘모든 잘못의 근본 원인은 너, 나를 갈라 생각하는 데 있다. 그놈이 그놈이라 하지 말고 이놈도 그놈도 나다 하게 돼야 한다.’(49쪽)

그의 글을 천천히 읽다보면 유불선은 물론 기독교 힌두교 등 모든 사상이 선생의 화두 안에서 융화돼 있다.

명상과 수행이 유행하고 너와 나를 가르는 분열이 극심한 지금 함 선생의 말은 폐부를 찌른다. 사회 혁명 이전에 자기 혁명과 자기 해방, 즉 참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문명의 도래를 원할수록 자신을 끊임없이 혁명해야 한다는 말씀, 자기혁명 없는 사회적 실천과 실천 없는 명상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는 말씀은 요즘 시대 변혁을 꿈꾸는 자들에게 쓴 보약이 될 것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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