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리통 방치하면 불임될 수 있다"

  • 입력 2003년 3월 2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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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통은 사춘기가 지난 여성의 반 이상에서 생긴다. 생활을 할수 없을 정도 생리통을 겪는 여성은 자궁내막증 등 질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사진제공 삼성제일병원
생리통은 사춘기가 지난 여성의 반 이상에서 생긴다. 생활을 할수 없을 정도 생리통을 겪는 여성은 자궁내막증 등 질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사진제공 삼성제일병원
《대학원생 박모씨(26·서울 서대문구 홍제동)는 고교생 때부터 생리가 시작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누워있기 일쑤다. 생리가 시작될 즈음이면 걸음도 못 걸을 정도로 아랫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M기업 회사원 이모씨(29·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생리하기 전날부터 허리가 조이고 끊어질 듯이 아파 제대로 앉지를 못한다.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20∼30분 동안 통증이 계속되며 음식은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 입에도 못 댄다. 생리통은 여성의 60∼70%가 경험한다. 여성들이 호소하는 통증은 뱃속이 묵직하다는 것부터 아기를 낳는 통증까지 ‘천의 얼굴’을 가졌을 정도로 다양하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송인옥 교수는 “최근 3년간 생리문제로 병원을 찾은 가임여성 432명 중 19%에 해당되는 84명이 생리통으로 병원을 찾았다”며 “이들의 대부분은 통증 때문에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통증은 왜 생기나=자궁이 생리혈을 배출시키기 위해 수축을 할 때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통증이 생긴다.

통증은 주로 배꼽을 기준으로 아랫배에서 나타나며 다리 부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의 절반 이상에서 구역질 구토 식욕저하 두통 요통 무기력 신경과민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생리통이 시작되는 시기는 생리가 시작되기 전 혹은 생리 시작 수시간 이내에 나타난다.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임용택 교수는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은 1∼2일 정도가 많으며 3일을 넘기는 일은 거의 없다”며 “생리통 때문에 일상 생활이 힘들거나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다른 원인은 없는지 의사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생리통은 두 종류=생리통은 자궁에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발생하는 ‘1차적 생리통’과 자궁이나 난소 등 생식기 내부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2차적 생리통’으로 나뉜다.

1차적 생리통은 10, 20대 초반에 많으며 이들 중 10% 정도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심하게 나타난다. 음주 흡연 과로 스트레스 수면부족 카페인 등은 생리통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1차적 생리통은 유전적인 경향이 있어 모녀나 자매간에 생리통의 양상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송 교수는 “1차적 생리통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증세가 감소하는데 특히 출산 후 자궁근육의 수축능력이 떨어지고 통증을 느끼는 신경 말단 부위가 파괴돼 자연히 낫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차적 생리통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선종, 만성염증 등이 원인이 돼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생리 시작 전부터 통증이 시작돼 5∼7일 지속되는 경우나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나이가 들면서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지면 2차적 생리통으로 의심해야 된다.

▽치료=1차적 생리통은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진통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2차적 생리통은 단순히 진통제만으로는 효과가 없으며 원인을 제거해야만 통증이 없어진다. 10, 20대에 생기는 2차적 생리통 중 가장 흔한 원인인 자궁내막증을 방치하면 나중에 불임의 원인이 된다.

집에선 잠을 푹 자고 아랫배를 따뜻하게 한다. 무리하게 운동하면 생리혈이 역류하면서 복강으로 들어가 아랫배에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산책과 같은 가벼운 운동은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도 한 방법.

생리통이 있을 때는 커피와 녹차 코코아 등의 음료를 덜 마시는 것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자스민차가 생리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카페인이 포함돼 있긴 마찬가지.

대신 생과일 주스나 비타민 B, C가 포함돼 있는 비타민제를 먹는 것이 좋다.

먹는 약으로는 자궁근육 수축을 줄여주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와 배란을 억제시켜 생리를 막는 피임제가 있다. 위염이나 위궤양과 같은 위장 장애가 있는 환자는 NSAID 대신 ‘콕스 2억제제’라는 진통제를 복용한다.

미혼 여성이 2, 3일 간의 통증 때문에 피임제를 장기 복용하는 것은 생리 불순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기혼여성만 피임을 겸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송 교수는 “생리대의 형태나 재질에 따라 생리통이 잘 생긴다는 속설은 의학적으로 연관성이 없다”며 “진통제를 2일정도 복용한다고 해서 특별히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생리통 한방치료법▼

한방에서는 생리 중에 일어나는 심한 하복부 통증이나 허리 통증을 ‘통경(痛經)’ ‘경행복통(經行腹痛)’이라고 부른다.

주로 하복부가 차고 어혈이 많아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경우에 생리통이 많이 발생한다. 이때는 하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어혈을 풀어주는 온경탕, 축어탕으로 치료한다.

이외 뜸을 뜨거나 침 약침 부항 등을 사용해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통증이 준다. 최근에는 한약을 달여서 직장을 통해 흡수시키는 약물보류관장법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생리 때는 밀가루 음식이나 지방이 많은 고기류, 튀긴 음식이나 볶은 음식 등을 피해야 한다. 또 정신적으로 긴장하거나 흥분하지 말며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통증이 있을 때는 아랫배와 허리에 따뜻한 찜질을 해주며 특히 해산물이나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이나 냉수욕 등은 피한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약쑥이나 익모초 등을 물에 달여서 수시로 복용하면 자궁을 덥히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돼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양쪽 발 안쪽에 있는 복사뼈에서 위쪽으로 약 세 손가락 넓이만큼 올라간 부위를 손가락으로 힘껏 누르거나 비벼서 강한 자극을 주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배꼽부터 정중선으로 내려가면서 엄지손가락으로 2㎝ 간격으로 3회 반복해서 천천히 눌러줘도 통증이 준다.

(도움말=꽃마을한방병원 최은미 과장, 여성한의원 이은미 원장)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한 생리통 증세▼

①허리나 다리로 통증이 뻗치는 경우

②생리통의 정도가 심해져 이전에 효과적이던 진통제로는 통증완화가 되지 않는 경우

③이전 생리 때는 불편이 없었으나 처음으로 생리통이 생긴 경우

④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든 경우

⑤구역질 구토 요통 전신쇠약감 전신피로감 설사 어지러움 불안 초조 기절 등의 증세를 동반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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