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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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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전공으로 첫 학기를 끝낸 지 얼마 안됐겠네요. 학점은 잘 나왔나요?
“연주 때문에 수업을 빠질 수밖에 없는 날도 많았는데, 기대보다 잘 나왔어요! 평균 A마이너스 정도….” (웃음)
―많이 바빴겠군요.
“과제물이 엄청나게 많아요. 오전 2, 3시에 눈 붙이는 것은 예사죠. 하지만 힘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즐거운 편이에요.”
―프로코피예프의 작품들을 오래 전부터 레퍼토리에 올려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열 살 때쯤부터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너무나 좋아했어요. 레퍼토리에 올린 것은 두 작품 모두 5, 6년 전부터죠.”
―스승인 로스트로포비치도 프로코피예프와 친했던 걸로 아는데, 작품에 대한 가르침을 주기도 했습니까.
“세부적인 면에 대해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선생님 자신과 작곡가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등이 활동하던 구 소련의 폭력적인 상황, 그 정신적 배경 등에 대해 여러 차례 말씀을 주셨어요.”
―반주를 맡은 EMI사의 간판 지휘자 파파노는 어떤 음악가인가요.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파파노는 이번에 ‘신포니아…’에서는 런던 심포니를 지휘했고 소나타에서는 피아노를 맡았는데, ‘신포니아…’ 녹음이 끝난 뒤에도 오래 시간을 들여 피아노를 연습하더라고요. 소나타 녹음이 진행되는데 글쎄, 건반이 붉은색으로 얼룩지는 거예요! 피가 흘러나온 거죠. 그렇게 부지런할 뿐 아니라 열정적이고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학교생활 얘기로 돌아가 보죠. 강의는 몇 개나 들었나요?
“첫 학기는 네 과목을 들었어요. 문학과 관련된 강의를 두 개 들었는데 톨스토이의 사상에 대한 강의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50회 생일을 전후해 작품 경향이 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분석하면서 그만 푹 빠져들었죠.”
―다음 학기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첫 학기는 연주일정이 거의 미국에서 소화돼 교수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종종 빠지는 선에서 학업을 할 수 있었어요. 올 봄에는 유럽 아시아에서 연주가 많아 한 학기를 쉬기로 했어요. 가을학기에 학교로 되돌아옵니다.”
―기숙사에 사나요? 대학 첫 학기라 파티도 많았을 텐데….
“기숙사에서 지내고 연습용 스튜디오를 별도로 빌렸어요. 연주 없는 주말과 방학에는 집에 돌아가고요. 할 일이 많으니 재미있는 곳을 다 쫓아다닐 수는 없죠. 친구들도 제가 난처한 표정 지을 때는 이해해 줘요.”
‘시간이 날 때는 뭘 하죠?
“독서, 그리고 가끔 조깅.”
‘남자 친구는….
“하하, 없어요.”
장한나는 4월13일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서울시 교향악단과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변주곡’을 협연할 예정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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