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經典의 거울에 나를 비춰보세요”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7시 46분


법정(法頂·70·길상사 회주) 스님의 향기가 묻어나는 책 5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화엄경’ ‘스승을 찾아서’ ‘인연 이야기’ 등 어른용 3권과 ‘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맑은 이야기’ ‘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 등 어린이용 2권.

‘화엄경’은 법정 스님이 60년대 한글대장경 사업을 하면서 번역한 것을 30여년 만에 다시 추려서 발간했다. 80권본의 화엄경 중 보살문명품 등 7개의 품(品)을 가려 뽑았다.

법정스님 ‘화엄경’등 책 5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화엄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엄경은 다른 경전과는 달리 환상적인 묘사와 비유를 통해 무한 광대한 부처님의 덕행을 설법하는 경전으로 통독하기가 쉽지 않지만 법정 스님이 비교적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

법정 스님은 서문에서 “우리가 경전을 읽는 뜻은 옛 거울에 오늘의 자신을 비춰봄으로써 일상적인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을 형성해 나가는 데 있다”며 “소설책 읽듯이 서둘지 말고 한 구절 한 구절 음미하면서 읽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승을 찾아서’는 화엄경 입법계품만 따로 떼내어 번역한 것. 입법계품은 선재동자가 세상을 떠돌면서 갖가지 어려움을 헤치고 53인의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듣는 구도여행의 이야기다.

53인의 스승의 직업은 뱃사공 이교도 비구니와 심지어 매춘부까지 들어있고 여성도 20명이나 된다.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를 물을 것 없이 자신의 길에 통달한 사람이면 누구나 스승이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

법정 스님은 입법계품만 따로 책으로 낸 것에 대해 “선재동자의 구도 행각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지표이자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연 이야기’는 불교설화문학의 보고 ‘자타카’에 들어있는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가려 뽑아 엮은 책. 여기에 법정 스님이 이야기의 의미를 분석하는 간결한 주석을 달아 읽는 맛을 더하고 있다.

‘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맑은 이야기’와 ‘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위한 불교 이야기. 각 경전과 스님이 지금까지 낸 18권의 책 중에서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를 쉬운 언어와 깔끔한 그림으로 풀어냈다.

책을 낸 동쪽나라 출판사 김형균 대표는 “그동안 어린이를 위한 불교책이 별로 없었던 것을 아쉬워하던 법정 스님이 어렵게 시간을 내 만들었다”며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유아용 그림책 3권도 내년 초에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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