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자연주의 유아교육…분당 아이나무 유치원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37분


“선생님은 양을 만들거야.”(원장 강인구씨·34)

“제가 양의 모자를 만들었어요. 비가 오기 때문에 써야해요.” (최선민·5)

“내가 만든 건 새야. 정현이는 왜 내가 만든 새를 집어올릴까?”(교사 박정기씨·35)

“둥지를 만들었는데 새에게 깔아주려고요.”(김정현·4)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 3동 유아놀이센터 ‘아이나무’의 찰흙놀이 시간. 하얀 밀가루와 지점토를 섞어 만든 ‘찰흙’으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숲속의 동물들을 만들고 있다.

독일식 자연주의 교육을 표방한 이곳에선 플라스틱 장난감을 찾아볼 수 없다. 산에서 주워 온 솔방울과 나뭇가지들, 조약돌과 조개, 보자기들이 장난감이다. 찰흙놀이를 하면서도 아이들은 나뭇가지로 숲을 만들고 선생님들이 직접 만든 동물 인형과 집 모형을 갖다 놓는다.

오전 11시 기름바르기 역시 중요한 하루 일과. 원장 강씨가 아이들에게 직접 손에 기름을 찍어 주고 아이들은 또 박 교사와 황은수 교사(27)에게 기름을 나눠준다.

모두 ‘기름을 바르자/기름을 바르자/손가락 사이로 기름을 바르자’란 시를 외우며 손을 비빈다. 강씨는 “기름을 발라줌으로써 보습효과도 있지만 장미기름을 사용해 자신들이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두번 놀이센터 뒤편 야산과 인근 공터까지 산책을 나간다. 실내에서도 ‘산으로 가자/산으로 가자/가을에 물든 산으로 가자’란 시를 외우며 라이겐(윤무)을 하거나 수채화를 그리는 등 예술활동을 하지만 글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책도 가장 단순한 내용으로 일주일 이상 반복해 읽어준다. 읽고 싶은 아이는 옆방에 가서 마음대로 읽을 수 있지만 읽으라고 강요하는 법은 없다. “책이 자칫 아이들의 창의력을 해칠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도 TV를 시청하지 않도록 권한다. 그래서인지 집에서 TV를 보는 아이는 없다. TV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좋지 않지만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설명이다.

“가르치는 것은 없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생활, 더불어 사는 삶이 몸에 배도록 하는 정도지요. 그러나 이같은 활동을 하면서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생각하는 아이로 자라도록 하는 것, 이것보다 더 큰 교육은 없지 않습니까.”

장애아 조카를 보고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게 된 강씨는 독일 발도르프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유치원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이는 부모가 직접 유치원에 데려와야 한다며 통학버스를 운행하지 않고 매월 실시하는 부모교육 의무를 세번이상 이행하지 않으면 아이를 퇴원시킨다는 것이 원칙. 교사 3명에 원아 13명을 정원으로 하고 있다.

오전 9시반부터 오후 1시반까지 돌본다. 오후에는 1시반부터 5시반까지 장애아를 대상으로 놀이치료과정이 포함된 반을 운영한다. 월 교육비 40만원. 031-715-9607. www.inamu.org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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