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하남석 새음반 '밤에 떠난 여인'돌아오다

가수 하남석은 후배 가수들 사이에서 ‘푸른 새벽’으로 불린다. 경기 덕소 인근의 강가에 앉아 함께 술판을 벌이면 꼭 새벽의 푸르름을 본 뒤 끝내기 때문이다. 후배들은 “형과 함께 음악인의 자존심이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밤이 화살처럼 지나간다”고 말한다.

하남석은 그동안 “자연이 에너지를 준다”며 ‘음유시인’처럼 살았다. 지금 사는 곳(덕소)도 도시 개발로 붐비기 시작하자 다시 ‘오지’로 들어갈 채비를 차리고 있다.

그런 그가 91년 9집을 낸지 11년만에 새음반 ‘애반(愛伴)’을 내고 콘서트도 마련한다. 새음반은 10번째다. 그는 73년 데뷔해 ‘바람에 실려’ ‘밤에 떠난 여인’ ‘잊지 않으리’ 등 히트곡을 잇따라 발표했다. 특히 ‘밤에 떠난 여인’ 등은 발표한 지 3년이 지나 빅히트했다.

“아직 ‘밤에 떠난 여인’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 나이에 새음반을 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결심이지만 그동안 내 음악 이력을 한 곳에 담고 싶었습니다.”

음반에 담긴 ‘나는 가야해 ’ ‘날은 흐리고’ ‘어린 꽃 먼길’는 단촐한 통기타 반주에 파도처럼 넘실대는 중저음, 가슴깊이 파고드는 진한 페이소스를 전한다. 음악의 치장이나 수식을 거의 배제한 채 소리만의 울림으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밤에 떠난 여인’을 기억하는 40대 팬들에겐 당시 하남석 소리의 매력을 떠오르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곡의 분위기가 “옛날 노래 같지 않다”는 평을 듣는다. 하남석은 “통기타 음악의 매력이 그런 은은한 생명력”이라며 “그동안 젊은 후배들과 늘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감각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독 콘서트는 데뷔 이후 처음이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다는 기분입니다. 평생 어느 순간에 인연이 됐다가 헤어졌던 이들, 그들과 한자리에 얼굴도 보고 내면도 들여다보고, 그런 자리로 만들 것입니다.”

콘서트는 그의 영상 뮤직 스토리와 함께 ‘낙엽 내음 짙은 만추 무대’로 꾸민다. 그는 이를 위해 남이섬에서 영상을 찍기도 하고 낙엽도 주워왔다. 공연에는 ‘해바라기’ 유익종 채은옥도 출연한다.

공연은 22일 오후 7시반, 23일 오후 4시, 7시반. 서울 남대문 메사팝콘홀. 1588-7890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