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셰익스피어와 록이 만났다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9시 14분


춤과 노래와 함께 라이브 연주가 곁들여져 콘서트 같은 느낌을 주는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사진제공 루트원

춤과 노래와 함께 라이브 연주가 곁들여져 콘서트 같은 느낌을 주는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사진제공 루트원

LG 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포비든 플래닛(Forbidden Planet)’은 ‘셰익스피어와 로큰롤의 만남’을 내건 록 뮤지컬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를 SF물로 각색한 영화 ‘포비든 플래닛’(1956년)을 원작으로 한 작품. 템페스트 선장이 이끄는 우주선 알바트로스호가 혹성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이 뮤지컬에 대한 평가는 ‘셰익스피어’쪽에 비중을 두느냐, 로큰롤 음악 쪽에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원작인 희곡 ‘템페스트’가 다뤘던 인간의 재생과 구원의 문제 등 깊이있고 철학적인 주제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투 비 오어 낫 투 비(To be or not to be)’란 대사를 우주선 이름(2B)과 교묘하게 연결짓거나, ‘로미오, 로미오, 그대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 등 사람들에게 친숙한 명대사를 패러디한 것을 비롯, 전체 대사의 70% 이상을 ‘리어왕’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등 셰익스피어 작품의 대사를 인용해 비틀었다.

특히 천문학자 조경철박사가 1막과 2막에서 영상을 통해 출연하는데, 이 때 등장하는 대사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밤의 꿈’을 슬쩍 바꿔치기 했다. 이렇듯 곳곳에서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인용하지만 관객들이 이 뮤지컬에서 ‘셰익스피어의 참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진 콘서트’를 보러 온 기분으로 뮤지컬을 즐긴다면 흥겨운 로큰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출연진들은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전자 기타, 드럼, 색소폰 등 한가지 이상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라이브 콘서트 무대를 꾸민다. 클리프 리처드의 ‘더 영 원스(The Young Ones)’ 등 올드팝부터 마지막 인사 무대에서 출연진들이 부르는 90년대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흥겨운 무대를 연출한다.

템페스트 선장 역의 남경주와 미란다역의 박기영 등 스타의 이름을 보고 이 뮤지컬을 찾은 관객들은 두 사람 외에도 매력적인 목소리로 락앤롤을 열창하는 ‘쿠키’(송용진)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소득도 얻을 수 있다. 26일까지. 화∼목 오후 8시, 금 토 오후 3시, 8시(18일은 3시 공연 없음), 일 오후 3시, 7시. 3만∼7만원. 02-516-1501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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