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濫 觴(남상)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7시 48분


濫 觴(남상)

濫-넘칠 람 觴-술잔 상 獲-잡을 획

落-떨어질 락 嚆-울 효 鼻-코 비

濫은 물수(水·수)와 監(감)의 합성자다. 물수가 물을 뜻하는 글자임은 다 안다. 美觀(미관)을 위해 水를 살짝 다이어트 한 모습이다. 監은 사람이 누워(臥) 그릇(皿)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로 거울(鏡)을 뜻한다. 아직 거울이 없었을 때 세숫대야 같이 생긴 그릇에다 물을 떠서 얼굴을 비추어 보았는데 그것을 監이라고 했다.

후에 監이 監督(감독), 監視(감시)의 뜻으로 轉用(전용)되자 ‘거울’을 뜻하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야 했는데 본디 쇠로 만들었으므로 金변을 사용하여 鑑(감)자를 만들었다. 따라서 鑑 역시 ‘거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濫은 거울(監)옆에 물(물수)이 있는 형상이다. 화장을 하기 위해 監(거울)에 물을 부었는데 너무 많이 부어서 세숫대야 옆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濫의 본 뜻은 ‘넘치다’가 된다. 濫用(남용), 濫伐(남벌), 濫發(남발), 濫獲(남획), 猥濫(외람) 등이 있다.

觴은 角(각)자에서 보듯이 뿔과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 물소뿔이나 쇠뿔로 만든 술잔을 뜻한다. 한편 술잔을 나무로 만들면 杯(배), 쇠로 만들면 爵(작)이다. 따라서 濫觴이라면 ‘술잔에 넘친다’는 뜻이 된다.

하루는 子路(자로)가 분에 넘치는 옷을 입고 나타났다. 못마땅하게 여긴 공자가 揚子江(양자강)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子路여! 너는 왜 그다지도 거만한고? 저 강물을 보아라. 처음 岷山(민산)에서 발원할 때는 겨우 술잔에 넘칠(濫觴) 정도의 적은 물이었지만 저 강나루에 오면 물이 불어나 배 없이는 못 건너며 또 험한 바람을 피하지 않으면 배를 타도 건널 수가 없게 된다.’

자로는 즉시 옷을 갈아입었다. 일이란 처음이 중요하며 처음부터 그르치게 되면 나중에는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게 된다. 孔子는 이 점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子路의 잘못을 바로 잡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 굽이쳐 흐르는 한강도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강원도 태백산의 깊은 골짜기 바위틈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落水(낙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흐르면서 자꾸만 불어나 댐을 만들고 水車(수차)를 돌려 전기까지 생산하는 거대한 힘으로 변한다.

이 때부터 濫觴은 ‘사물의 始初’(시초)라는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嚆矢’(효시), ‘鼻祖’(비조)와 같은 뜻이다. 孔子家語(공자가어) 三恕篇(삼서편)에 보인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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