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자신을 낮춰 더 빛나는 스타

  • 입력 2002년 9월 18일 18시 18분


보통 ‘스타’가 되면 주변에서 대접 받기를 바라고, 아랫 사람을 부리려 들기 십상이다. 하지만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한 나라의 고고(孤高)한 황후 역을 맡았던 이태원은 좀 다르다. 그는 요즘 보기 드문 ‘솔선수범형’ 스타이다.

이태원은 요즘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유린타운’에서 공중화장실 요금 수거원 페니 와이즈 역을 맡고 있다. 페니는 밑바닥 인생을 잡초처럼 사는 여인으로 작품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조연급 배역. 뮤지컬계의 스타로서 그는 빛나는 주연만을 고집할 만도 한데 깨소금 같은 조연을 택했다. 이유는 한 가지, ‘황후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였다.

배우들은 공연 도중 자기 역할이 끝나고 무대 뒤편으로 들어가면 무선 마이크를 끄고 숨을 고른다. 하지만 이태원은 이 때도 마이크를 끄지 않는다. 선후배들의 코러스를 도와주기 위해서다.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음 파트를 도와준 덕분에 ‘유린타운’의 합창 장면에서는 절묘한 화음이 돋보인다.

MC 출신으로 ‘유린타운’에서 배설주식회사 사장 딸 호프로 출연 중인 박윤신은 이태원을 자신을 도와주는 ‘흑기사’라고 부른다. ‘애국가’의 작곡가인 고 안익태 선생의 외손녀로 화제를 모았던 그이지만 배우로 첫 무대에 서는 일은 큰 부담이었다.

그는 “이태원 선배로부터 노래와 연기에 대한 조언을 받지 않았더라면 무대에서 ‘대형사고’를 일으켰을 지도 모른다”며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