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知 音(지음)

  • 입력 2002년 9월 12일 17시 44분


知 音(지음)

音-소리 음 達-이를 달 夭-어릴 요

折-끊을 절 殺-죽일 살 識-알 식

춘추시대 晉(진)의 大夫 兪伯牙(유백아)는 본디 楚(초)나라 사람으로 거문고의 達人(달인)이었는데 晉에 와서 高官을 지내고 있었다. 한번은 조국 楚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틈을 타 오랜만에 고향을 찾게 되었다. 때마침 秋夕(추석) 무렵이라 서늘한 날씨에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는 휘영청 밝은 고향의 달을 배경으로 구성지게 거문고를 뜯었다.

열심히 뜯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렸다. 어떤 사람이 그의 거문고 연주를 몰래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웬 허름한 차림의 나무꾼이었다.

“사실은 선생님의 거문고를 듣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럼 내 음악을 이해한단 말이오?”

“물론입죠. 선생님께서 방금 연주하신 것은 孔子(공자)가 수제자였던 顔回(안회)의 夭折(요절)을 한탄하는 노래가 아니었습니까?”

伯牙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자신의 음악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일찍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伯牙가 말했다.

“한번은 孔子가 방안에서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는데 제자 顔回가 들어오다가 그 연주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지요. 그 음악에서 殺氣(살기)를 느꼈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그 때 고양이가 쥐를 잡기 위해 도사리고 있었지요. 그것을 본 孔子도 不知不識(부지불식)간에 음악에서 그 殺氣를 표현하게 된 것이랍니다. 顔回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실로 소리를 아는(知音) 사람이라 하겠지요. 자! 그럼 이 번에는 내가 연주해 볼 테니 무슨 음악인지 어디 한 번 맞춰 보시오.”

그는 먼 산을 바라보면서 거문고를 뜯었다. 泰山(태산)의 웅장한 기상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다음 이번에는 격류의 우렁찬 기상을 표현했다. 물론 나뭇꾼은 정확하게 맞추었다. 백아는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제2의 顔回군요.”

그는 種子期(종자기)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거문고 음악을 이해하는 데 達人이었다.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헤어졌다. 내년 이맘 때 다시 이 곳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서. 그러나 이듬해 伯牙가 種子期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죽고 없었다. 種子期의 묘를 찾은 伯牙는 너무도 슬픈 나머지 최후의 한 곡을 뜯은 다음 거문고를 산산조각 내버리고 말았다. 種子期같은 사람이 없으니 더 이상 거문고를 연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伯牙絶絃’(백아절현)의 고사다. 이 때부터 ‘知音’은 마음까지 통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를 뜻하게 되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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