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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6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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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서양사학과 안병직(安秉稷·47) 교수는 18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열리는 역사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역사학 국제회의에서 ‘과거청산과 역사서술’라는 제목으로 독일의 나치 집권기(1933∼1945)와 한국의 일제 강점기(1910∼1945)를 비교한다.
본보가 사전 입수한 발표문에서 그는 “독일과 한국이 각각 나치와 일본의 지배를 경험한 공통점이 있지만 독일이 지난 수십년간 나치즘을 연구한 것과 달리 한국은 일제 식민통치에 수반된 억압과 수탈 통제에 따른 고통과 희생의 면면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춰 일제 식민통치의 부당성만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나치 체제에서 독일 서민들은 협력과 저항 사이에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했다. 체제에 순응하고 타협하면서도 부당한 요구는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다면적 복합적인 행동양식을 보였다. 반면 우리 역사는 위로부터의 지배와 통제라는 관점에서 서술됐다. 한국 서민들의 반응이나 대응방식에 대한 연구는 없고, ‘친일’ 아니면 ‘항일’이라는 양극단의 형태만 남아있다는 것.
그는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의 세계와 일상적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한 독일의 나치 시대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 교수는 6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가진 보충 인터뷰에서 “일제가 신작로를 뚫고 기차와 근대 교육기관이 도입한 것은 식민지배 확립을 위한 것임은 명백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한국인의 긍정적 경험도 존재할 수 있다. 독립운동과 친일시비 외에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다룬 아래로부터의 역사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내재적 발전론’ 역시 어느쪽이 옳고 그름을 말하기에 앞서 사학계에서 그 공과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와 관련, ‘민족 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2월28일 발표했던‘친일 반민족 행위자’708명 중 16명의 추가명단 공개에 대해 “친일파 규명과 청산작업을 정치적 도덕적 관점에서 접근해 일방적으로 비판 단죄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밝혔다.
그는 “30년 넘게 지속된 역사적 책임을 소수 친일세력에게만 한정한 것은 과거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제시대사에 대한 정확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친일파 문제에 접근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근현대사 교과서 검증 파동과 관련한 편파성 시비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사와 서양사 학자들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안 교수는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19세기 독일 노동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저로 ‘유럽의 산업화와 노동계급’(1997), ‘오늘의 역사’(1998)가 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