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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16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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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
“국제적인 음악가가 공연하는 음악회의 5만원짜리 입장권을 구입했을 경우, 70%인 3만5000원 정도는 연주자 통장에 직접 입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좀더 상세히 들여다보자.
피아노나 현악 분야에서 ‘세계 1급’을 인정받는 연주가의 하루 연주 개런티는 통상 5만∼8만달러(약 6000만∼9600만원)선.
일본 홍콩 등 인근지역을 거치지 않고 서울 공연만 할 경우 개런티는 더욱 높아진다. 각각 10만달러 씩 20만달러를 챙겨간 알라냐 부부가 이런 사례.
개런티에 비해 이를 제외한 기타 비용은 다 합쳐야 3000만원선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기준으로 한 하루 대관료가 500만원, 피아노 마이크 등의 사용에 드는 부대설비 비용이 100만원, 인쇄물 광고 등을 비롯한 홍보선전비가 평균 800만원선이다. 연주자와 반주자, 매니저를 위한 특급호텔 3박 비용이 300만원정도, 항공료의 경우 비즈니스석 기준으로 3인 2000만원 정도가 들지만 이는 일본 등 주변 순회공연 국가의 공연기획사와 나누어 지불하기 때문에 50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이런 ‘지출’항목 외에 ‘수입’항목은 어떻게 구성될까.
이 정도 개런티를 받는 1급 연주가 초청공연의 경우 최근에는 2만∼10만원선의 입장권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저가 입장권의 비율이 높으므로 평균을 5만원으로 잡으면, 2000석을 판매했을 경우 매표 수입은 1억원이 된다.
문예진흥기금 6%와 판매대행사 수수료 등을 제하면 총 금액은 더 줄어든다. 현장에서 판매하는 안내 프로그램 및 CD 판매수익이 최대 3000만원선. 여기에 기업 협찬금이 붙는다. 기업으로서는 이미지광고 효과에다 일정한 절세효과까지 거둘 수 있지만 공연에 따라 ‘협찬금 성과’는 5000만원선에서 500만원선까지 들쭉날쭉이다.
이토록 ‘운’과 ‘경우의 수’가 많은 공연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공연의 적자와 흑자는 한마디로 기획력 외에 ‘천운’이 작용하는 셈.
▼연극 뮤지컬
통상 제작비는 연극이 8000만∼1억2000만원, 뮤지컬이 10억∼30억원, 발레가 5억원 수준이다.
국내 제작 연극(입장료 8000∼1만5000원선) 이나 뮤지컬(〃 2만∼5만원선)의 경우 클래식 공연과 달리 배우와 스태프의 개런티가 전체 예산의 30∼40%를 차지한다. 남경주 최정원 등 한편에 수천만원대 출연료를 받는 톱스타급 배우가 출연할 경우 개런티가 50%를 넘어서기도 한다.
한 연극 관계자는 “전체 수입은 매표 수입이 30∼50%를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 이상을 대기업 협찬이나 문예진흥기금에 의존한다”며 “초대권이 통상 30∼60%에 이르는데다 매표 수입의 6%가 문예진흥기금, 판매대행사 수수료 5%가 빠져나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1995년 초연 당시 총예산이 12억원이었고 작품을 수정하면서 매년 10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들었다. 평균 입장료를 5만원으로 환산했을 때 20회 공연으로 초기투자비용을 뽑으려면 15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해야 한다.
‘명성황후’의 제작자인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실질적으로 매진사례를 기록하기도 어렵고 대관료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라며 “장기공연을 할 수 있는 연극 뮤지컬 전용관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영화: 세밀한 대차대조표 분석이 가능하다. 서울의 평일기준 입장료 7000원에는 10%의 부가세 (597원)와 6.5%의 문예진흥기금(427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뺀 5976원을 극장과 배급사가 5대 5(외화는 4대 6)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배급사 몫인 2988원은 다시 배급사와 제작사가 계약에 따라 나누지만 이 액수는 배급사의 투자여부 등에 따라 천차만별. 그러나 보통 수입의 8∼10%를 배급사가 가져간다. 이를 토대로 따져보면 100% 영화사가 자체 투자해 제작한 영화의 경우 관객 1명당 2800원씩의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의 평균 제작비(마케팅비 포함)는 약 26억원.(영화진흥위원회 자료) 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평균 제작비가 든 영화의 경우 최소한 전국에서 93만명의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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