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축구경기장보다 더 흥미진진…빌딩숲속의 '로열박스'들

  • 입력 2002년 6월 27일 16시 00분


“스카이 박스가 따로 없네….”

25일 오후 독일전을 앞둔 광화문빌딩(동화면세점 건물) 13층의 투자컨설팅회사 ‘파마’ 사무실. 창문 밖으로 붉은 인파를 굽어보며 직원들은 또 한 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직원들은 “월드컵 경기장에서 보는 것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리창을 열면 마치 붉은 양탄자의 실밥들이 벌렁거리는 듯한 풍경과 함께 동아일보의 월드컵 중계 전광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승리를 탄원하는 사람들의 절규와 응원 소리는 옆 사람과의 대화가 힘들 정도로 울려퍼진다. 해설자의 중계방송에 연연하는 사람들은 워크맨이나 미니콤포넌트에 연결한 이어폰을 귀에 갖다 댄다. 미리 준비한 맥주, 김밥, 통닭을 곁들이며 응원구호를 외치면 분위기는 삽시간에 ‘경기 현장’으로 변한다. 하프타임 때는 자유롭게 화장실에 갈 수 있고, 신문지를 오려 위에서 뿌려대는 ‘공중 세리머니’도 즐길 수 있다.

시청 앞 광장과 중계전광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프라자호텔 7∼10층이다. 이 중 프레지던트호텔 쪽을 바라보는 모서리의 객실들이 월드컵 경기일의 ‘로열 로열’ 박스였다. 통유리로 바깥의 관중과 전광판을 내다보면서 수시로 실내 TV화면도 보는 것이 이상적인 관전법이다. 평일 예약률이 70% 수준이지만 25일의 독일전 때에는 98%였다. 내부수리 중인 방들과 저층의 몇 개 방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였다. 호텔 관계자는 “각 기업체에서 ‘접대’를 위해 ‘전망좋은 방’은 한국의 16강전 직후 이미 싹쓸이 예약했다”고 말했다. 친구 10여명과 이곳에서 월드컵 경기를 관전했던 회사원 이원호씨(27)는 “‘대∼한민국’ 응원소리가 서라운드 음향으로 퍼지며 정말 건물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경기장에서도 그런 ‘집합적인 함성’으로 인한 전율은 느끼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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