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英여왕 즉위 50주년]영화의 宮, 권위의 城

  • 입력 2002년 5월 2일 14시 59분


템즈강을 끼고 있는 윈저성
템즈강을 끼고 있는 윈저성

영국의 궁(palace)과 성(castle)은 퇴색한 문화재가 아니다. 왕권의 실체적 표현이자, 주인인 여왕의 위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권위의 구조물이다.

여왕이 주로 기거하는 곳은 런던의 버킹엄궁. 그러나 여왕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 흩어져 있는 궁과 성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이곳을 집무실, 가족들이 기거하는 곳, 휴양지로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 ‘성에 여왕이 다녀가셨다’는 풍문조차 영국민에게는 여왕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게 해 주는 사건이다.

여왕 근위병이 행진하는 버킹엄궁(위)과 권위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장식된 버킹엄궁 내의 만찬용 식당
●버킹엄궁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했던 1837년부터 왕이 공식적으로 집무를 보고 기거하는 곳으로 쓰여왔다. 런던 중서부에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남편 필립공에게는 각각의 침실이 따로 있다. ‘형식적으로’ 각 방을 쓰게 돼 있는 셈이다. 성 안의 갤러리에는 렘브란트, 루벤스 등 유명화가가 그린 회화작품이 걸려 있다. 여왕은 요즘 정원가꾸기에 열심인데, 4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정원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 여왕은 버킹엄궁에서 연간 5만여명의 손님을 맞아 연회를 개최하거나 점심, 저녁만찬을 대접하고 가든파티를 연다.

●윈저성

1080년에 지어졌으며 런던 근교의 버크셔에 있다. 여왕과 여왕의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주말을 이용할 때 휴양지 삼아 찾는 일종의 별장이다. 왕실의 결혼식도 대부분 이곳에서 열린다. 성 안의 갤러리에는 역대 왕들의 초상화 등 그림들이 전시되지만 요즘에는 재위 50년 동안의 여왕의 모습을 담은 ‘여왕과 카메라’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주로 어린시절의 찰스 왕세자나 손자인 윌리엄과 해리왕자를 돌보는 ‘따뜻한 어머니’류의 사진이 많다. 수채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찰스 왕세자가 즐겨찾는 곳은 템스강변이 내려다 보이는 벤치다. 윈저성은 이튼 스쿨과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어 이튼에 재학 중인 해리왕자가 주말이면 동급생들을 데리고 자주 들른다. 여왕은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성이라 특히 이 성에 애착을 많이 갖는다. 여왕과 가족들의 왕래가 잦아서인지 궁내에서는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하고, 보안검색도 철저히 하는 편이다.

궁 위에 영국국기인 유니언 잭이 걸려 있으면 여왕이 부재중임을 의미하고, 사자 2마리가 그려져 있는 ‘로열 스탠더드’ 깃발이 걸려 있으면 여왕이 머물고 있는 것이다. 깃발이 없으면 궁이 적들에게 함락됐음을 의미한다.

성은 궁에 비해 요새로서의 방어개념이 강한 건축물. 윈저성 역시 템스강변을 끼고 있어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유리한 입지라 왕들의 대피처로 쓰였다.

8월 5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성에서는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백 파이프와 드럼연주를 앞세운 '밀리터리 타투'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에든버러성

스코틀랜드 올드타운 서쪽의 바위산에 자리잡고 있어 성에서 도시를 굽어 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에든버러성은 1018년부터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험한 자연조건을 살린 산성(山城)으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격렬한 투쟁사를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잉글랜드의 성이 평지에 구축된 것에 비해 스코틀랜드의 성들은 주로 산악에 건축됐다. 성 안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스코틀랜드 전통의 왕관, 칼, 지휘봉 등이 전시돼 있다. 여왕을 비롯해 왕족은 여름휴가철에 이곳에 와서 성의 외곽공간에서 에든버러를 굽어보며 가족들과 바비큐파티를 즐긴다.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필립공은 고기를 철판에 굽고 전담 요리사는 소시지를 만든다. 찰스왕세자는 비교적 쉬운 전채요리를, 윌리엄과 해리 왕자는 토마토샐러드 등을 만든다. 요리를 즐기지 않는 여왕은 그냥 먹기만 한다.

●홀리루드하우스궁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다. 1128년 세워졌으며 휴식처인 에든버러 성과는 달리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갔을 때 업무를 보는 곳이다. 과거 부유했던 스코틀랜드의 영광을 보여주는 바로크 양식이 호화롭다. 여왕의 식당에서는 16∼17세기경 인도 중국 일본 등에서 가져 온 찻잔과 수저 장식물 등을 발견할 수있다. 최근에 여왕은 이곳에서 국빈을 대접하는 만찬을 자주 주최한다. 여왕은 1년에 1월, 6월 2번씩은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선행을 베풀거나 명예를 드높인 스코틀랜드인들에게 메달 수여식을 갖는다. 최근에는 ‘골든주벌리’를 기념해 윈저성에 있는 소장품들을 이곳으로 옮겨와 전시 중이다.

런던·에든버러〓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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