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과 사람]美 사우스캐롤라이나 인공 州有林

  • 입력 2002년 4월 19일 17시 46분


샌드 힐스 주유림의 인공연못
샌드 힐스 주유림의 인공연못

《미국의 동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애팔라치아 산맥 아랫부분에 위치한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임업위원회. 샌드 힐스, 맨체스터, 하비슨 등 3개 주유림(州有林)의 운영을 맡고 있는 이 곳은 숲 관리에 ‘다각적 경영’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미국의 임업위원회 중 대표적인 곳이다. 다각적 경영은 살림살이를 하듯 숲을 요목조목 관리해 목재 생산의 증대, 조류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 보존, 깨끗한 공기와 물의 공급, 경관 보호, 휴양지 제공 등 다양한 목적을 충족시키는 산림 경영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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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임원위원회는 숲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산림수확, 임도건설, 조림, 제초제 처리, 비료주기 등 모든 산림작업의 기준을 제시한 ‘최적의 경영기법’(BMP·Best Management Practices)이란 준칙을 만들고, 이를 그대로 숲에 적용하고 있다.

맨체스터 주유림의 산림관 톰 패튼(45)은 “숲은 단순히 있는 그대를 감상하는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자식을 키우듯 먹이고 입히고 때로는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는 ‘보전’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임원위원회의 보전 노력으로 샌드 힐스 등 3개의 주유림은 연방정부나 주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어도 자체적인 수입만으로 모든 운영이 가능하다. 오히려 주유림에 토지를 제공하고 있는 카운티에 산림수익의 25%를 나눠주고 있다.

체스터필드와 달링턴카운티에 걸쳐 형성된 모래 평원에 만들어진 샌드 힐스 주유림.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주도(州都)인 콜럼비아 시(市)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리며 면적은 약 1만9000㏊로 여의도의 8배에 달한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모래 언덕이 많은 이 지역은 산불이나 무분별한 벌채로 인해 일반 농작물의 재배가 불가능한 황무지에 가까운 곳이었다.

1935∼1939년 연방정부가 이 곳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이 땅을 매입했다. 임원위원회는 산림경영 초창기에 토양이 침식되고 황폐화된 이 지역에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다.우선 토양을 안정시키고 나무끼리 부딪혀 발생하는 산불을 막기 위해 매년 ‘불 쏘시개’가 될 만한 나무들을 인위적으로 태우는 ‘처방 산불’을 실시했다.

또 해충의 피해로 병이 들거나 나이든 나무들을 잘라내는 ‘위생간벌(衛生間伐)’도 계속하고 있다. 샌드 힐스 주유림의 산림관 포리스트 머피(57)는 “120년 동안 매년 133만5444㎡씩 위생간벌을 하는데 이때 3가지 ‘최적 수확기’ 개념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즉 소나무의 경제학적 최적 수확기인 ‘60년’에 이르렀을 때 벌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토양보전을 위해 숲의 보호가 필요할 때는 생물학적 최적 수확기인 ‘80년’, 딱따구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보호를 위해선 생태학적인 수확기인 ‘120년’까지 참고 기다린다.

시민의 쉼터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주도(州都)인 콜럼비아시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져 시민들이 자주 찾는 하비슨 주유림에서 시민들이 조깅을 즐기고 있다

산림경영의 목표가 단순한 수익 증진에 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 운영되는 숲에서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이 주유림은 현재 매년 3만명의 주민이 산책을 하거나 캠핑을 즐기기 위해 찾는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폴 뮤(35)도 그 중 한 명에 속한다.

“버지니아주 콘웨이시(市)에서 쉬지 않고 두 시간 이상 차를 몰고 왔지만 전혀 피곤할 줄 모르겠어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온가족이 말을 타고 대자연 속을 달리는데 하루 5달러면 정말 값싼 휴양시설이 아닌가요?”

썸터와 클라렌던카운티에 걸쳐 있으며 콜롬비아 도심에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맨체스터 주유림도 다각적 산림경영의 전시장이다.

한쪽에선 벌목이 이뤄지고 다른 한쪽에서 조깅, 산악자전거, 4륜구동차, 카약 등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또다른 한쪽에선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들이 인간의 보호속에 세상 모르고 자란다.

습지가 많은 이 곳에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겨울철에 많이 내리는 빗물의 배수를 막아 50㎝ 정도 깊이의 대규모 ‘밀림 연못’이 형성돼있다. 봄이 되면 완전 배수를 해 식물의 생장을 돕고 물새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며 또 물새 사냥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산림관 머피씨는 숲의 초기에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면서 사냥터로 이용하고, 숲이 성장하면 산책로 등 휴양장소로 사용하며, 숲이 성숙하면 목재 수확을 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롬부스가 미 신대륙을 발견할 때보다 요즘 사람들이 숲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산림경영에 힘입어 현재 미국 대륙에 자라고 있는 나무의 숫자는 그 당시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패튼씨의 말이었다.

콜롬비아시(미국)〓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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