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4월 10일 17시 3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2층에서 뛰어내리기,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 헬기에서 밧줄타고 내려오기, 유리창 위로 몸 던지기, 건장한 사내들과 치고 받기….
국내에서 단 한 명뿐인 스턴트우먼 조주현씨(32). ‘스턴트 남성’은 100명 가까이 되지만 여자는 조씨가 유일하다. 동료 스턴트우먼이 지난해 “결혼한다”며 그만두는 바람에 조씨가 어쩔수 없이 ‘독보’가 됐다.
“결혼하면 스턴트를 못하나요?”하고 묻자, 그녀는 “어느 남편이 아내가 위험한 스턴트를 하는 걸 두고 보겠어요”라며 웃는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스턴트를 이해해 주는 남자와 결혼해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조폭마누라'등 100여편 출연▼
그녀는 ‘얼굴없는 배우’지만 출연한 영화와 TV 드라마, CF만 해도 100여편이 넘는 ‘다작 배우’다. 대표 ‘출연작’으로 꼽는 영화는 ‘조폭마누라’, ‘이것이 법이다’ (모두 신은경 대역), ‘단적비연수’(김윤진 대역), 한중일 합작 영화 ‘비너스’(홍콩 배우 오천련 대역) 등.
최근 SBS 사극 ‘여인천하’에서는 상궁들에게 떠밀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경빈(도지원 대역)과 담을 뛰어넘다가 구르는 난정(강수연 대역)을 ‘열연’하기도 했다. 또 휴대전화 CF에서는 이요원을 대신해 공중에서 돌면서 남성(장동건의 대역)을 발로 차는 액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장기는 오랫동안 연마한 기계체조에서 나오는 공중제비돌기와 높이차기. 전남 나주 출신인 그녀는 광주체고때 전남 기계체조 대표 선수로 활동했으며 졸업후 에어로빅 시범단에서 활동하다가 한 감독의 권유로 영화일을 시작했다.
합기도와 태권도 유단자인 그녀는 스턴트를 하기 위해 승마와 검도, 오토바이 타기, 권투도 배웠다. 자신이 없는 것은 차량 스턴트와 수영. 수영은 어릴때 친구가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본 이후 물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너무 몸사리는 스타 보면 속상해▼
자신을 감추고 스타를 빛내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나 간혹 촬영현장에서 간단한 액션조차도 “이런 건 대역 시키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스타를 볼 때면 속이 상하곤 한다. 스타들의 스케줄 때문에 하루 종일 촬영장에서 기다리고도 허탕치는 게 다반사인 것도 대역 배우의 설움이다.
요즘은 여배우들의 액션 신이 많아져 스턴트우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편. 하지만 워낙 스턴트를 하는 여성이 없다 보니 몸집이 작은 스턴트 ‘맨’이 대역을 하기도 한다.
조씨는 “그렇지만 실제 배우와 대역의 키가 5cm 이상 차이나면 관객이 눈치채기 쉬운데다 아무리 몸집이 작은 남자라 하더라도 몸매나 몸놀림이 여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감독들이 여배우 대역으로 스턴트우먼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홍콩까지 ‘원정 스턴트’를 가기도 한다. 지난 연말에는 청룽이 이끄는 유명한 무술팀인 ‘성가반’과 함께 린잉둥 감독의 ‘미스터 퍼펙트’에서 홍콩 여배우의 대역을 맡았다. 그녀의 바람은 여자 후배들이 생기는 일. 그는 “스턴트는 하면 할수록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한 매력이 있는 전문직”이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