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수복이 좀 말려주세요" '똥 줌 오 줌'

  • 입력 2002년 2월 26일 16시 09분


◇ 똥줌오줌/김영주 글 고경숙 그림/51쪽 6500원 재미마주 (초등 1∼4학년)

초등학교 3학년인 수복이.

수복이네 담임선생님이신 큰 머리 선생님은 참 무섭습니다. 조회 시간에 떠든다고 매맞고, 지각해서 맞고,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려다 벌서고…. 수복이는 별로 잘못한 것도 같지 않은데 매번 혼이 납니다. 그렇게 혼나다가도 어느새 잊어버리고 장난을 칩니다.

하루는 양말까지 벗고 복도에서 뛰어다니다 선생님과 부딪쳐 엄마를 모셔와야 합니다. 다음날 엄마에게는 말도 못하고 학교 가기 싫어 한참을 서성이다 교실로 갑니다. 그런데 1교시가 시작돼도 큰 머리 선생님이 안 오시네요. 선생님만 안 계시면 아이들은 칼싸움을 하고 짱딱지를 치고 난리입니다.

옆반 선생님이 오셔서 ‘6월 13일은 국회의원 선거일. 공명선거를 위한 글짓기를 함. 잘 쓴 어린이에게는 상 줌’이라고 칠판에 씁니다. 반장에게는 선생님 자리에 앉아 떠드는 아이의 이름을 적어놓도록 시킵니다. 아이들이 떠들자 반장은 떠든 아이들의 이름을 칠판에 적습니다. 반장은 선생님처럼 빗자루로 교탁을 두드리기도 하고 내일 선생님께 이르겠다고 겁을 주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수복이는 칠판에 쓰여 있는 ‘상 줌’이라는 글씨를 보고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지우개로 ‘상’자를 지우고 ‘똥’자를 씁니다. ‘잘 쓴 어린이에게는 똥 줌’이 돼버렸습니다. 아이들이 웃고 난리가 났습니다. 수복이가 다시 칠판에 글씨를 고쳐씁니다. 이번에는 ‘잘 쓴 어린이에게는 오 줌’이 됐습니다. 다시 한번 교실이 웃음바다가 됐습니다.누군가 테크노 춤 박자에 맞춰 똥 오줌이라 외치며 고개를 연방 양옆으로 흔듭니다. “똥 오줌오줌 똥 오줌오줌 똥 오줌오줌….”

김영주 고경숙 콤비의 이 작품에는 4년 전에 나온 ‘짜장 짬뽕 탕수육’과 마찬가지로 동네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우리 어린이들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글쓴이 김영주씨가 보여주는 아이들의 일상은 꾸밈이 없습니다. 고경숙씨의 미완성인 듯한 스케치는 훈훈한 정감을 풍겨주면서도 독창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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