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대입업무 사설업체 위탁 입시-개인정보 유출 우려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1분


대입 2학기 수시모집을 실시하고 있는 일부 대학이 수험생의 성적 전산화 작업을 외부 사설업체에 맡겨 수험생들의 개인정보와 대학의 커트라인 등 각종 입시관련 정보의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이 계약을 한 용역업체 가운데 일부는 사설 입시학원이나 입시관련 출판사가 출자해 만든 자회사도 있어 정보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외부용역 현황〓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는 각각 7000∼1만여명에 이르는 2학기 수시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전산화 작업을 용역업체에 의뢰했다.

수시모집에서 수험생의 학생부 성적은 전체 평가의 20∼50%를 차지하기 때문에 학생부 성적의 전산입력은 각 대학들에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 정시모집일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일선 고교의 교사들이 전산입력한 전국 수험생의 학교 성적을 종합, CD롬에 담아 각 대학에 제공해 왔다.

하지만 수시모집에서는 교육부의 학생부 전산자료가 제공되지 않아 일선 대학들이 직접 전산화해야 한다.

고려대 정장근(鄭長根) 입학관리팀장은 “내부인력만으로는 학생부 전산화 작업을 제때 끝낼 수 없어 사설 용역업체와 계약했다”고 말했다.

▽문제점〓한 대학의 관계자는 “학생들의 고교 성적은 원칙적으로 학생, 교사, 담당 대학의 입학관계자만이 공유할 수 있는 자료이나 사설용역업체의 학생부 성적 전산화작업을 통해 학생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설업체들이 그 자료를 근거로 각 대학의 커트라인과 학생들의 학교성적 등을 추론해 대학입시관련 정보로 사용한다면 대학의 서열화 고착과 입시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설 용역업체의 관계자도 “계약상 학생들의 자료를 받아 전산화한 뒤 다시 각 대학으로 그 자료를 보내고 나면 모든 정보를 삭제하도록 되어 있지만 업체들은 얼마든지 학생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실토하고 “현재로서는 각 대학이 학생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교육부 입장〓용역업체에 입시업무를 맡긴 대학들은 “용역업체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부가 수시모집에도 전산화 자료를 만들어 각 대학에 배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부 학술학사지원과 관계자는 “2002학년도 대학입시 지원자 80만명 가운데 10여만명만이 지원하는 수시모집에 정시모집 때와 같은 인력과 시스템을 운영해 전산화자료를 제공한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선발권이 있는 각 대학이 이 정도의 작업은 분담하는 게 바람직하며 정보유출 같은 문제점들은 각 대학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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