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원 1만5000명도 졸속충원 '땜질강사'로 초등교 채울판

입력 2001-09-03 18:28수정 2009-09-19 09:0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0년 전 교직을 떠난 주부 박모씨(45)는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교사를 대폭 충원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귀가 번쩍했다. 아이들도 웬만큼 컸기 때문에 육아 문제로 마지못해 떠났던 교단에 다시 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뒤적이다 난감해졌다.

“내가 가르쳤던 교과서와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지금 교과서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교육인적자원부가 당초 계획을 앞당겨 내년부터 2년간 초중고교 교원을 2만3600명이나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교사자격증 소지자나 교직과정 이수자들이 교원임용 전문학원 등에 몰리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H학원의 경우 교사 임용시험 강좌 수강생 가운데 20% 가량은 전직 교사이거나 자격증을 가진 주부들이다.

하지만 정교사 임용을 바라는 이들의 ‘희망’과 달리 정부의 의욕적인 교사 증원 계획이 일정 기간만 일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만 양산하는 등 교육 현장에 혼선을 야기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원수급 계획〓교육부는 2002년에 △초등학교 2540명 △중학교 1590명 △고등학교 6870명, 2003년에 △초등학교 7250명 △중학교 5350명 등 2년간 2만36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내년에 순수 증원될 교사 2540명에 정년 및 명예 퇴직자로 인한 충원 인원까지 합치면 모두 4856명이 필요하다. 정부는 교육대 졸업자 4705명과 퇴직 교사 등을 기간제 교사로 임용할 계획이다.

2003년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9975명 필요하지만 교육대 졸업자는 5335명뿐이다.

교육부는 “기존 교과전담 교사를 담임 교사로 전환하고 기간제 교사나 교과전담 강사로 필요한 인원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000여명의 교사를 2∼3년 간 강사로 채용한 뒤 교육대가 졸업생을 배출하면 이들을 내보내겠다는 발상이다.

중고교 교사 수급도 초등학교와 별로 다르지 않다. 중고교 교사는 초등학교 교사에 비해 자원이 풍부하지만 대부분 중고교가 ‘기간제 교사’만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고교의 경우 내년 2월까지 6990개의 학급이 증설돼 교사 충원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2, 3년 뒤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사가 남아돌게 될 것으로 보고 대부분 사립고가 기간제 교사를 충원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마저 기간제 교사의 급증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선을 걱정하고 있다.

▽교육계 반발〓교사들은 기간제 교사의 급증이 교단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S초등학교 이모 교사는 “기간제 교사는 전직 교원이지만 신분이 불안정하고 대우 등에 대해 불평을 해 정교사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면서 “언제까지 ‘뜨내기 교사’에게 아이들을 맡기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은 “정부가 단기간 성과에 집착해 치밀한 계획도 없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고 있다”며 “기간제 교사, 시간 강사 등으로 교단을 메운다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