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사극 촬영으로 '고궁이 위험하다'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0분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의 고궁. 잦은 TV 사극 촬영으로 인해 고궁 내의 문화재가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재보존 시민단체인 겨레문화답사연합의 강임산 사무국장은 최근 한 월간지에 발표한 ‘드라마 세트장으로 전락한 궁궐 유적지’라는 글을 통해 방송사의 무책임한 고궁 촬영 관행을 비판했다.

“7월23일 창경궁 명정전에선 KBS ‘명성황후’의 촬영이 있었다. 명정전 뒤쪽 내전 지역은 소품을 싣고 온 KBS 트럭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그 와중에 내전의 정자인 함인정은 출연진들의 탈의실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제작진은 ’올라가지 마시오’란 팻말이 붙어있는 함인정에 올라가 걸터 앉았다. 무거운 방송장비와 조명기구 등 각종 전열기구 등은 오래된 목조건축물엔 치명적이다. ”

강 국장은 금연지역인 사적지 고궁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제작진 출연진의 행태도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사의 문화재 안전 불감증 사례는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해 3월초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 밤, KBS 사극 ‘왕과 비’ 제작팀이 국보 225호인 창덕궁 인정전에서 LPG 가스통을 설치해놓고 야간 횃불 촬영을 하기도 했다. 바람을 타고 불똥이라도 튄다면 엄청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문화재청은 ‘궁능원 및 유적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드라마 촬영을 허가하고 있다. 이 규정엔 금연,쓰레기 투기 금지, 자동차 우마차 동물 반입 금지, 인화물질 사용시 소방차 대기 등의 촬영 준수 기준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

따라서 강 국장은 “방송사가 궁극적으로는 세트장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방송사는 제작진은 물론 수많은 엑스트라, 출연진들에게 이같은 규정에 관해 교육시키고 문화재청은 이를 잘 지키는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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