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라이프]"인터넷은 사랑을 싣고…" , 그리운 사람 찾아주는 사이트 성업

  • 입력 2001년 5월 16일 18시 08분


주한승씨가 11일 전화상봉을 하고 있다.
주한승씨가 11일 전화상봉을 하고 있다.
17년도 기다렸는데 20분은 왜 이렇게 더딜까.

11일 오전 10시40분경. 커뮤니티포털 ‘메일114’(www.mail114.co.kr) 사무실을 찾은 주한승씨(35)는 안절부절. 드디어 11시. 주씨는 84년 이후 연락이 끊긴 사촌형 주한준씨(36)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결혼 하셨어요? 아이구, 형수님하고 조카도 너무 보고 싶네요. 형 목소리가 완전 어른같이 됐네요.”

어린시절 한동네 살던 한준씨와 한승씨는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다. 위로 형이 없던 한승씨에게 한준씨는 친형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준씨의 가족은 80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래도 한달에 한두번꼴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 어느때부턴가 보낸 편지가 자꾸 되돌아오곤 했다. 한승씨 가족도 이사를 가면서 혹시 한준씨가 보냈을지도 모르는 편지를 확인조차 해보지 못했다. 거짓말처럼 완전히 연락이 끊긴 것.

한승씨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사촌형을 수소문했다.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의 사람찾기 게시판에는 모조리 글을 올렸다. 99년 회사 출장으로 미국 LA를 방문한 한승씨는 업무를 마치고 귀국을 2주 늦췄다. 한인협회 대사관 라디오코리아 한인청년회를 모조리 찾아다녔다. 알아낸 것이라곤 한준씨가 LA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것이 전부.

지난해부터는 사람을 찾아준다는 국내외의 인터넷사이트에 사연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메일114에서 미국 탐정사무소와 제휴해 무료로 사람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발견했다.

메일114는 미국 공인탐정 강효흔씨가 운영하는 ‘인터서치’사와 한국인 사람찾기 독점계약을 한 상태. 사연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상대방을 찾아주며 현재까지 13년전 헤어진 친구를 찾은 최용식씨 등 4명이 그리운 사람을 찾았다. 인터서치는 지난달말 한준씨를 찾아냈고 이달11일 전화상봉이 이뤄진 것. 한승씨는 사촌형의 전화번호와 e메일 주소를 두 번 세 번 적어두고 15분간의 아쉬운 통화를 마쳤다.

메일114는 ‘사이버 탐정’코너를 다음달 중 유료화할 계획. 메일114의 김덕하 마케팅팀장은 “탐정코너를 수익모델로 가져갈 생각은 없지만 기본적인 활동비 수준에서 유료화할 계획”이라며 “의뢰인들을 위한 다양한 무료이벤트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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