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택석 연출 '분장실' 동숭동 아룽구지극장서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29분


◇오지 않을 주역 꿈꾸다 분장실서 스러져간 혼들아

역사와 뿌리를 집요하게 파헤치며 독특한 드라마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오태석(61). 그는 쉬지 않은 연극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67년 희곡 ‘웨딩드레스’로 신춘문예에 당선한 이후 ‘환절기’ ‘태’ ‘춘풍의 처’ ‘부자유친’ ‘자전거’ ‘백마강 달밤에’ 등 자작 연극을 선보이며 극작가 겸 연출가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94년 연극계에서는 최초로 예술의 전당에서 한 사람의 연극인을 조명하는 ‘오태석 연극제’가 열리기도.

지난해 10월 서울연극제 참가작이었던 그의 ‘잃어버린 강’에 얽힌 이야기. 공연 기획자와 극단 ‘목화’ 후배들이 슬금슬금 그의 눈치를 보며 이 작품을 ‘환갑 기념작’으로 준비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오태석이 “환갑은 무슨 환갑, 내가 곧 죽냐”며 무섭게 역정을 내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

그가 3월25일까지 서울 동숭동 극장 ‘아룽구지’에서 ‘분장실’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일본 극단 ‘모쿠토샤(木冬社)’의 대표인 시미즈 쿠니오의 희곡으로 국내 초연이다. 이 작품은 분장실을 무대로 한 배우들의 이야기이자, 인생이란 또다른 무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체홉의 ‘갈매기’가 공연 중인 극장의 분장실. 주인공 니나역을 맡은 배우 C가 무대에 오르기전 연습을 하고 있다. 여기에 평생 조연만 하다 2차대전 전후에 죽은 두 여배우의 귀신 A와 B가 나타난다.

‘갈매기’에서 다른 배역을 맡은 배우 D는 C에게 니나역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다 맥주병으로 머리만 맞는다. 결국 A와 B, 귀신이 되어 다시 나타난 D는 오지 않을 배역을 기다리며 체홉의 ‘세 자매’를 연습한다.

오태석 연극에서는 드물게 황정민 조미혜 장영남 이수미 등 여배우 4명만 출연한다. 화∼금 오후 7시반, 토 오후 4시반 7시반, 일 오후 3시 6시. 1만∼1만5000원. 02―745―3967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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