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출판]미당 미발표작 '신년축시' 공개

  • 입력 2001년 1월 31일 19시 24분


◇'간행물 윤리'2월호에 게재

고 미당 서정주(未堂 徐廷柱) 시인의 미 발표시가 5일 발간되는 월간 ‘간행물윤리’ 2월호에 공개된다. 1992년 1월1일 쓴 ‘신년축시’는 새해를 맞아 남북한 겨레의 통일을 염원하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정상동(鄭相東·47) 현 간행물윤리위원회 기획관리부장이 독립기념관 교육홍보부장으로 재직했을 때 신년 하례차 대학(동국대)시절 은사였던 미당을 찾아가 개인적으로 받은 시다. 정씨는 그동안 이를 지상에 발표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소장해오다 이번에 공개했다.

◇신년축시-1992년의 첫날 아침에

1992년의 이 첫날 아침에도 푸른 소나무사이나 대나무사이

단군 할아버지의 넋과

순국 선열들의 넋과

또 돌아가신 모든 옛어른들의 넋이

깃드리어 지켜보고 계심을

우리는 느끼나니,

아니,

어느 매마른 두메의

어느 시든 풀잎 사이에서도

이 나라의 통일과 자두 독립만을 바래는

그 분들의 넋이 기다리고 계심을

우리는 마음속으로 뼈저리게 느끼나니,

우리들의 가족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딸과 손자손녀들

모다 오늘은 나란히 앉어

돌아가신이들의 그 넋의 소원을

가슴으로 그득이 듣고 있나니,

북쪽의 백두산 변두리에서도

남쪽의 한라산 골짜기에서도

이 나라의 어느벌판 어느바닷가에서도

우리 가족들의 거짓없는 마음은

누구나 다

그 넋들의 한맺힌 소원의 소리를

우리 넋으로 알아듣고 있나니,

이 고스란이 또 한번 오신

새해 새아침에

우리들 각자가 옷깃 여미고

또한번 스스로 물어보게 되는 것은

"그럼 안되는 건 무엇때문이냐?"는 것이다.

그래 하늘의 대답을

우리는 마음속에서 알아듣는다-

"그것은

너희들이 사랑을 잊었기 때문이다.

개도 못먹을

그 알량한

경제니 정치 이념의 유행에만 놀아나서

고집하고 대립하고 피 흘려 싸웠을뿐,

서로 사랑해야할 진정을 팽개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먼저 회복해야할건

한겨례 끼리의 그 진정한 사랑이!"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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