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터뷰]이병헌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연기 하고파"

입력 2001-01-28 18:57수정 2009-09-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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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31)과 인터뷰를 하던 날, 사진을 순식간에 찍자 그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저, 밝은 표정으로 다시 했으면 좋겠는데요…”하고 말을 건네더니 다시 카메라 앞에 서서 부드러운 미소와 이를 드러내는 환한 웃음까지 여러 표정을 지어 보인다. 뭐든 ‘대충’은 하지 않으려는 진지한 태도가 웃음 속에 묻어난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번에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2월3일 개봉)를 시사회에서 어떻게 봤냐고 기자에게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제가 되게 덤벙대고 무심한 편이지만 일할 때는 굉장히 예민하고 날카로워져요. 덤벙대는 성격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실수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대충대충 넘어가지 않으려는 자기단련 덕분일까. ‘내 마음의 풍금’(1999년)에서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그리고 ‘번지점프를 하다’까지 요즘 이병헌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듣는다.

“데뷔시절의 영화를 지금 다시 보면 내가 봐도 좀 민망한 수준이긴 하죠. ‘그들만의 세상’같은 영화는 참 많이 안타까워요. 지금 하면 훨씬 더 잘 할 것 같은데….”

살면서 쌓아온 경험과 생각이 연기에 잘 배어 나오는 배우, 관객 자신이 느꼈을 법한 감정을 충실히 재현해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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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KBS 공채 탤런트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는 요즘처럼 쉬지 않고 일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2년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기 시작했고 이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번지점프를 하다’ 촬영에 들어갔다. 또 ‘번지점프를 하다’를 끝낸 뒤 곧장 SBS 특집 드라마를 찍었고 태국에 광고촬영을 다녀온 뒤 2월초에는 SBS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 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다.

“기왕에 하는 일, 즐기면서 하자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은 달갑지 않아요. 쥐어 짜내는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연기를 위해서는 내 안에 무언가가 쌓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하지만 감정의 고갈을 걱정하는 그의 우려와 달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는 그의 물오른 연기가 상당한 감정의 진폭을 자아낸다. ‘사랑은 운명이다’라고 말하는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평생에 걸쳐 한 사람의 영혼을 애틋하게 사랑하는 인호 역을 맡았다.

제목처럼 이 영화에는 실제 번지점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격투기나 수영 같은 운동은 다 잘하는 편인데 82m 높이의 점프대에서 번지점프를 잇따라 5번이나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구요. 발가벗고 번지점프대에 누워있는 꿈도 꿨다니까요.”

그는 서른이 넘은 뒤부터 평생 배우로 사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고 한다.

“배우로 평생을 살려면 맡은 인물의 감정을 100%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영화 촬영을 끝내고 그 인물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때 무척 반가워지죠.”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은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안타까운 사랑에 울먹이던 인호의 눈망울 그대로였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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