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검정고시 출신 황효순양, 17세로 올 최연소 합격

  • 입력 2001년 1월 27일 18시 50분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이 많아 산만한데다 남자애들이 학교에서 담배를 피워대기도 하고, 교실붕괴란 말 그대로였어요.”

올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 기초과학계열에 합격한 황효순(黃曉淳·17·서울 서초구 서초4동)양은 ‘교실이 붕괴된 고등학교’ 입학 두달만에 자퇴한 검정고시 출신이다. 또랑또랑한 말투에 태권도 3단인 황양은 150㎝대 후반의 키와 40㎏대의 몸무게로 가냘픈 인상을 풍겼다.

입시학원 종합반에 1년간 다니면서 막바지 6개월은 지망과인 서울대 기초과학계열 재학생으로부터 수학과외를 받았다.“막상 혼자 공부하니까 교복 입은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정말 힘들었다”고 황양이 말하자 옆에 있던 아버지가 “원래 통통하더니 1년 동안 20㎏이나 빠졌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를 따라 가족이 함께 미국에 가 초등학교 6학년을 미국에서 다닌 황양은 졸업 때 ‘성적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의 학기 제도를 잘 활용하는 바람에 중학교를 동년배보다 1년 앞서 졸업했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중앙대 상경학부 교수인 황선웅(黃善雄·50)씨와 고려대 의대 출신 소아과 의사인 우종원(禹鍾瑗·48)씨의 장녀인 황양의 꿈은 세계적인 화학자가 되는 것이다.

“중학교 때 물상선생님이 워낙 재미있게 가르쳐 주셔서 화학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나뭇잎이 단풍이 드는 거랑, 무색의 액체가 울긋불긋 변화하는 원리를 밝혀내는 일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태권도 사범자격증까지 딸 계획이라고 밝힌 황양은 “점수가 절대적 힘을 발휘하는 현실 때문에 지금껏 내가 원하는 공부를 못했지만 이제부터 나를 위한 공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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