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형 비리 원인은]대학재량…감시장치 없어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8시 44분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대학의 검증 노력이 미흡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에 부정 입학이 적발된 ‘초중고교 12년 외국 수학자’ 전형과 일반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대학 입학 전형의 사각 지대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2년 수학자 전형〓정원 외 전형이어서 대학이 모집 인원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수험생간의 경쟁 개념이 없어 견제 감시 장치가 소홀하다.

수험생은 초중고교 전학년 성적 재학 졸업증명서와 출입국 증명서, 자기소개서, 한국어로 된 수학 계획서, 출신 학교 교사의 추천서 등 5가지만 별도의 시험없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문제는 위조 서류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

대학 관계자들은 “외국 초중고교에 조회해도 회신이 없고 짧은 기간에 서류의 진위를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동 동남아 남미권 등의 서류는 공증도 힘들고 내용 확인이 어렵다. 대학은 출입국관리소의 도움을 받는 것은 보안상 문제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서울 지역 30개대의 선발 인원은 99학년도 137명, 2000학년도 169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00학년도에 서울대 39명, 고려대 83명, 연세대는 17명을 선발했다.

▽일반 재외국민 특별전형〓외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한 해외 주재원, 특파원, 국제기구 근무자 등의 자녀를 정원의 2%내에서 뽑는 일반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필기시험과 면접, 실기 등 객관적 선발 절차를 거친다.

이 전형은 외국 고교에 입학한 뒤 실제 국내 고교에서 교육을 받거나 부모가 귀국한 뒤 자녀만 외국에 남아 ‘2년’을 채운 뒤 귀국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성균관대의 경우 이같은 사례를 매년 10여건씩 적발하고 있다.

또 일부 부유층은 해외에 이민을 가 2년간 지내다 귀국하거나 방학 기간에 자녀를 외국에서 한국으로 보내 입시 학원에서 공부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브로커의 농간〓재외국민 특별전형의 복잡한 절차를 잘 모르는 학부모를 유혹하는 브로커의 농간도 문제다.

K대에 올해 합격한 Y양과 J군은 부모와 본인 모두 외국인 신분이어서 서류를 위조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브로커에 속아 가짜 서류를 냈다가 합격이 취소됐다. 일부에서는 브로커가 5000만∼1억원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학교 관계자가 서류 위조, 알선 등 입시 부정의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적발된 부정 입학자 10명 가운데 5명이 K외국인학교 출신이다. 한 학부모는 “외국인학교 관계자로부터 8000만원만 있으면 캐나다 시민권을 만들어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켜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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