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움 개관]"아이와 함께 나누는 산 역사 체험"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9시 08분


《‘신문박물관’(프레시움)이 15일 오후 3시 개관식을 갖고 문을 연다.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3, 4층에 자리잡은 이 박물관은 117년 한국 신문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한눈에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신문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전시품 600여점을 비롯해 5000여점의 언론 사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신문역사관’ ‘기획전시관’ ‘미디어 영상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미디어영상관’은 ‘글라스 비전’ ‘신문제작 체험’등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장소로서 벌써부터 교사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관식에 앞서 ‘신문박물관’을 지상으로 관람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소설가 차현숙씨가 개관에 앞서 중학교 1년생인 아들 오주형군과 ‘신문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 쓴 관람기도

함께 싣는다.》

아들(오주형·고양시 발산중 1년)을 데리고 광화문으로 가는 좌석버스를 탔다. 아이는 봐야할 TV 프로가 있다며, 채팅을 해야 한다며 심통을 부렸다. 하지만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동아미디어센터의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아이의 얼굴은 호기심으로 밝아졌다. 3층 신문박물관 입구에 발을 디디는 순간 아이는 물론 나도 놀라움에 입을 벌렸다.

사실 아이나 나나 신문박물관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었다. 옛날 신문들을 전시해 놓은 지겹고, 지루한 박물관일 거라는. 그런 생각을 180도 바꾸어 놓는 것으로 시작되는 원통형 신문박물관 첫 코너는 80여개국의 130종이 넘는, 그것도 2000년 1월 1일자 신문들이다.

이 코너를 지나면 한국 최초의 신문 한성순보로부터 지금의 섹션 신문까지 전시된 ‘신문의 역사’코너가 나온다. 앞으로 국사를 공부할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1900년대 이후의 역사를 쉽고, 정확하고,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특히 주요 역사적 사건들이 실린 신문 1면과 호외가 전시된 ‘신문과 사회’코너에서는 아이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신이 뭐야? 저렇게 데모를 했어? 아니, 북한을 그때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했어? 웃겨!

평소 바빠서, 설명하기가 좀 힘들어서, 귀찮아서 조금쯤 접어두고 살아왔던 내 시대에 대해 감회 어린 심정으로 호외와 전시된 신문의 헤드라인,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다.

 PRESSEUM 신문박물관
- 한국의 언론 어제오늘 한자리에
- 117년 신문사 집대성 '자료 寶庫'
- 최첨단 영상통해 콘텐츠 '감동체험'
- "어! 기생들도 신문광고 냈었네"

- 아이와 함께 나누는 산 역사 체험
- 21세기 '광화문의 문화명소' 막올라

엄마가 참 힘든 시대를 살았구나, 라는 아이의 말에 아이와 내가 세대를 넘어 교류되는 감동이 왔다. 아이는 아이다운 순발력으로 얼른 ‘신문광고’ 코너와 ‘인물 캐릭터’ 코너로 옮겨갔다. 나는 언론통폐합 때 신문사 사주들이 쓴 언론사 포기 각서와 당시 동아일보를 점령한 계엄군 대대장 장세동의 육필 편지, 계엄사령부가 검열한 신문 교정지, 그리고 백지 광고를 보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문 광고’코너에서 아이는 광고를 통해 100년 동안 변화해온 사회 풍속과 경제발전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신문재활용비디오가 방영되는 멀티미디어 스크린 앞에선 폭소를 터트렸다. 재래식 변소의 휴지, 노숙자의 이불, 번데기 종이컵….

4층 ‘미디어 영상관’에 들어서자 나는 3층에서와는 달리 아이 세대를 이해해야 할 입장이 되었고 아이는 나에게 미래의 신문에 대해 설명하느라 바빠졌다. 2050년 디지털 신문이 공중에 떠있고 스타크래프트 30판이 동영상뉴스로 흘러간다.

얘, 지금 스타크래프트가 몇 판까지 나왔니? 그것도 몰라?

나는 아이한테 구박을 받으면서 신문이 제작되는 과정을 그린 ‘쥬라기 신문’ 애니메이션을 5분 동안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게 보았다. 아이는 어느새 컴퓨터를 이용해 신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로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 5분쯤 지나자 아이가 직접 기사제목을 붙이고 기사를 쓴 신문이 내 눈앞에 출력돼 나왔다. 아이는 이번엔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옆 코너의 컴퓨터로 신문퀴즈 게임을 하더니 ‘빙고!’하고 외쳤다. 아이가 만든 신문을 들고 신문박물관을 나오면서 물었다.

어땠어? 짱이야!

부모입장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성인 위주의, 수동적인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배려가 섬세하게 되어있는 점이다. 무엇보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 위주의 박물관이 아니라 박물관에 온 사람이, 특히 어린 세대, 젊은 세대들이 능동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미디어의 의미를 생생하고도 흥미 있게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차현숙·소설가)

▼신문박물관 관람요령…월요일 휴관 목요일은 오후 8시까지▼

‘신문박물관’은 국내 언론 사료를 집대성한 곳인 동시에 청소년들의 신문 제작 체험의 현장이다.

‘신문박물관’은 특히 인솔 교사가 예약해 학생들을 동반하는 경우 큐레이터가 직접 설명하는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목요일의 경우 직장인을 위해 관람 시간을 밤 8시까지 연장한다. ‘신문박물관’의 인터넷 주소는 www.presseum.org이다.

▽관람시간〓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월 휴관), 목요일 오전 10시∼밤 8시

▽관람료(신문제작 실습비 포함)〓일반 및 대학생 3000원(20명 이상 단체 2000원), 초중고교생 2000원(20명 이상 단체 1500원)

▽교육프로그램(인솔교사 동반시 무료)〓초등학교 5, 6학년생 및 중고교생 15명 이상. 인터넷 전화 팩스로 사전 예약해야.

▽문의 및 예약〓전화(02―2020―1830), 팩스(02―2020―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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