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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30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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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주방 수세미만 팔아온 조인호씨(34·한국쓰리엠 가정용제품부 과장)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세미 박사’다.
국내에 나와있는 50여종의 가정용 수세미에 대해 각각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잘 씻어지는지 그보다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98개국 쓰리엠 직원을 상대로 한 ‘영업 및 마케팅 프로페셔널리즘상’에서 올해 대상을 차지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전화통에 대고 불만을 터뜨리는 소비자 집을 방문해 수세미로 설거지를 해가며 고객을 감복시키는 게 그의 일. 주부습진이 뭔지도 모르던 신입사원 시절, 이미 그의 손가락 끝은 허물이 다 벗겨져 있었다.
하지만 조과장의 진가는 단연 집에서 발휘된다. 퇴근이 늦은 평일을 제외하고 주말 설거지와 대청소는 당연히 그의 몫이다.
“아는 게 병이라잖아요. 아내가 설거지하는 게 성에 안차 한마디하면 ‘그럼 당신이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죠. 친구들의 집들이 가면 친구부인들이 절보고 반색을 해요.”
그의 설거지는 상을 치우면서부터 시작된다. 기름기 묻는 식기는 따로 기름닦이 전용수세미나 종이타월로 훔치고 밥풀이나 건더기가 눌어붙은 그릇은 개수대에 담가둔다.
그 다음 고급사기나 법랑그릇은 긁힘방지 수세미로, 금박장식이 있는 그릇은 부드러운 스펀지로, 아무리 씻어도 미끈거리는 스테인리스그릇은 초벌세제로 닦은 뒤 종이타월로 기름기를 다시 닦아 한번 더 세제로 씻어준다.
“보통 주방에서 쓰이다 너덜너덜해지면 목욕탕이나 화장실로 쫓겨가는 것이 수세미의 라이프사이클 아닙니까. 하지만 세척력 강한 주방 수세미로 욕조와 세면대를 닦다간 흠집 생기기 쉽습니다. 틈에 때가 끼면 더 닦기 힘들어요.”
그는 ‘절대 수세미 팔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면서 수세미는 용도에 맞게 구분해 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