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소설 '내게 거짓말을…' 대법원서 유죄 확정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5시 07분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우리 사회의 보다 개방된 성관념에 비춰보더라도 음란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27일 음란문서제조 등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작가 장정일(蔣正一.38) 피고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측 상고를 기각,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예술작품에서의 성적 표현이 사회적 통념이 허용하는 범위를 심하게 넘을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문화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학성 내지 예술성과 음란성은 차원을 달리하는 관념이고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의 음란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이 소설은 묘사방법이 노골적이고 아주 구체적인점, 묘사부분이 양적, 질적으로 소설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보다 개방된 성관념에 비춰보더라도 음란하다고 볼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장씨는 96년 10월 중년의 한 전직 조각가가 고교 3학년 여학생과 지속적으로 정사를 갖는 내용을 주된 줄거리로 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출간, 이듬해 1월 음란문서제조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 2심에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검찰은 지난 6월 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거짓말'에 대해 "원작보다 표현과 내용이 완화돼 처벌할 정도의 음란성을 인정할 수 없고, 사회분위기상 형사제재보다는 국민 판단에 맡기는 편이 옳다"며 제작자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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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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