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굴비낙시' 신세대 소설가의 영화읽기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8시 59분


소설가 김영하가 영화 산문집을 냈다.

“영화는 없고 ‘영하적’인 것으로 가공된 것만 있다.” 시인 유하의 말은, 영화라는 매개체의 발화(發火)로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온갖 사념을 저자가 책에서 경쾌하게 펼쳐보이고 있을 뿐, 각각의 영화에 대한 소감문이나 분석을 풀어놓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는 감정이라는, 프래자일(fragile)한 요소가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이 응용프로그램이 잘못된 연산을 수행하여 종료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지만 쉽게 종료되지도 않는다. ‘사랑’이 대표적이다.” (러브 레터) “왕의 자리는 고독하다. 암살의 위협이 상존하며 적대국의 동태도 감시해야 한다. 때로는 가족이라 해도 살해해야 하며 적이라도 껴안아야 한다. 이 영화 시리즈는 왕국의 전설이다.” (대부2) “인간이란, 맞든 틀리든 가는 데까지 가보고 철저히 절망을 맛보도록 설계된 존재.” (유턴)

왜 굴비낚시인가? “영화는 비린내나는 현실 그자체도 아니고 땅콩처럼 간편하게 털어넣을 수 있는 스낵도 아니다. 영화는 적당히 가공된 현실이다.” (작가의 말)

▼'굴비낚시'/ 김영하 지음/ 마음산책/ 162쪽/ 75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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