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 한땀 한땀 행복을 누벼요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20분


숨막히게 정신 없이 돌아가는 세상.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살아보고 싶다면 퀼트를 해보자.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매서는 못쓰는 법. 색색의 고운 천을 모양대로 잘라 한땀한땀 정성스레 누벼 만드는 퀼트엔 단순함의 미학, 몰입의 즐거움이 있다.

◇"한번 빠지면 못 헤어나"◇

◇너무 재미있다는 게 흠◇ 경기 성남 분당 신도시 금산플라자에 자리잡은 ‘홈 오브 조이’. 언제가도 여남은의 주부들이 모여 ‘기쁨 조각’을 누벼 이불 러그 벽걸이 등을 만들고 있다.

“학교다닐 때 수예숙제는 어머니가 해주셨어요. 그땐 이런 게 좋은 줄 몰랐는데 친구 따라 시작해봤더니 너무 재미있어요. 스트레스 받다가도 바늘을 잡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니까요.”

송미란씨(39)의 말. 이혜숙씨(48)는 “나도 딸자식 수예숙제 때문에 시작했다가 재미 붙였다”고 했다.

“남편이 미국에서 퀼트하는 여자들을 봤는데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다면서 내가 하는 걸 좋아하더라고. 퀼트 붙잡고 있으면 잔소리가 없어지거든.”

퀼트의 나쁜 점이 있다면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모두들 한목소리를 낸다. 골프에 빠진 남자들이 골프에 대해 말하는 것과 똑같다. 정말 그럴까?

◇단순함-몰입의 즐거움◇

◇바늘을 잡아보니◇ 수예라고는 여학교 다닐 때말고는 해본 적이 없는 기자가 바늘을 잡았다. 가운데 얄팍하게 솜을 둔 천을 왼손으로 잡고 미리 그어둔 선을 따라 2㎜ 너비로 한땀한땀.

“홈질이네요? 이렇게 쉬운 거예요?”(기자)

“누구나 할 수 있다니까요. 누빔조각이 모이면 저렇게 예쁜 작품이 돼요.”(강사 이정화씨)

처음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말 것도 없이 주어진 패턴대로 지극히 단순하게 홈질을 하는 것이 무에 그리 좋다는 건지.

그런데 차츰 바늘과 천에 몰입을 하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TV사극에서 부덕을 쌓는 여인네가 왜 수틀을 붙들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참아야 하느니라’ ‘이렇게 한땀한땀 정성을 들이다보면 어느새 수틀 위엔 꽃이 피어나지 않더냐…’하는, 사극에서 쓰는 말투가 절로 떠올랐다. 머릿속에 뒤엉켜있던 생각과 고민들이 차곡차곡 정리가 되고 있었다.

게다가 주어진 도면대로, 또는 나름대로의 독창성을 발휘해 정직하게만 바느질하면 틀림없이 결과물이 나온다니! 우리 삶도 퀼트 같기만 하다면….

◇석달 익히면 '작품' 가능◇

◇배워볼까요◇‘홈 오브 조이’(031―714―8637)의 이정화씨는 “퀼트는 장식용품은 물론 옷이며 이불까지 못 만드는 게 없을 만큼 활용도가 높다”고 말한다.

가을엔 브라운이나 와인빛깔로 포근하고 폭신한 쿠션과 러그를 만들어 집안을 장식해도 아름답고, 겨울엔 따뜻한 이불과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을 만들어도 좋다. 초보자는 석달간(12만원) 바느질 기본요령을 익히며 소품을 만드는데, 편한 시간에 자유롭게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에선 제일문화원 내 제일섬유 퀼트디자인학원(02―753―4074)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매주 월요일 오전10시반부터 초급반 강습을 하고 있다. 한달 20시간에 수강료 15만원이며 재료비는 작품당 1만∼2만원.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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