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경남 산청 '성철스님 생가'에 기념관-사찰 조성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57분


큰 스님 가신지 어언 7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로 불교와 출가자의 진면목을 승속(僧俗)에 깊이 깨우쳐준 성철(性徹·1912∼1993) 큰 스님의 생가인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생가가 복원돼 스님의 기념관 및 사찰로 활용된다.

지리산에서 발원해 진주 남강으로 스며드는 경호강이 만들어낸 산 과 들이 더할나위 없이 평화로운 이 곳은 고려말 삼우당 문익점(三憂堂 文益漸)이 원나라에서 몰래 면화씨를 들여와 처음으로 재배했던 ‘문익점 면화 시배지’와 거유(巨儒) 남명 조식(南冥 曺植)의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며 세운 덕천서원과 세심정 등이 있는 유서 깊은 장소.

스님은 25세까지 이 곳에서 결혼하고 농사짓는 범부(凡夫)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농사보다는 인간의 근원과 동서고금의 고전(古典)에 더욱 관심이 많았던 스님은 우연히 한 탁발승이 시주에 대한 보답으로 건네준 중국 당나라 때 고승 영가(永嘉)스님이 지은 ‘증도가(證道歌)’를 읽은 뒤 큰 깨달음을 얻고 홀연히 집을 나섰다.

생가는 모두 3채의 한옥으로 안채와 사랑채 유품전시실로 나뉘어 성철스님의 무소유 삶과 치열한 수행정신을 소박하게 드러내 주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유품전시실에는 말년에 주석했던 해인사 백련암에 보관중인 누더기 가사와 장삼 지팡이 육필원고 등 스님의 체취가 담긴 유품이 전시된다.

생가 아래쪽에는 대웅전과 선방 요사채 전각 등을 갖춘 사찰이 들어선다. 스님이 생시에 지어 놓은 ‘겁외사(劫外寺)’라는 이름을 붙일 예정이다. ‘시간 밖에 있는 절’이라는 뜻이다. 생가와 사찰에 대한 관리는 스님의 상좌들로 구성된 ‘성철스님 문도회’에서 하게된다.

유품전시실을 비롯한 생가는 스님의 열반 7주기(10월 10일∼17일)을 지낸 뒤 10월말경 개관하고 전체 회향(완공)은 탄신 90주년이 되는 2001년 3월 13일로 예정하고 있다.

조계종 효상좌(孝上佐)로 정말 ‘징하게’ 성철스님을 모신 원택스님은 “큰 스님이 입적하신 뒤 그 공덕이 널리 알려지면서 생가터에 관심을 가지는 신도들이 많아진데다 때마침 산청군에서도 생가 복원 계획을 갖고 있어 서로 협조해 가며 생가를 복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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