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평화의 시대]H.O.T '왔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

  • 입력 2000년 7월 14일 11시 12분


때는 2200년, 은하계는 백년전쟁의 막을 내리고 '평화의 시대'에 돌입한다. 지구 대표 H.O.T와 제우스 별 대표 제우스 팀은 은하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갤럭시 컵' 축구대회 결승전에 오른다.

수많은 관중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던 지구연방 대통령의 딸 다나는 측근 그라뷰로아에게 납치되어 전쟁부활의 볼모가 된다. 다나의 연인 강타는 경기 도중 다나를 구하러 팀에서 빠진다. H.O.T팀이 고전하고 있던 후반, 스트라이커 강타는 경기장으로 돌아와 팀을 승리로 이끈다.

오빠부대를 거느린 인기가수의 스크린 진출은 번번히 실망스러웠다. '멋진 영화'는 고사하고 '멋진 오빠'조차 보여주지 못 했기 때문이다. <새앙쥐 상륙작전>의 박남정이나 <불의 태양>의 김원준은 영화 출연으로 망신을 감수해야 했으며, 여섯 명의 오빠가 출연하는 젝스키스의 <세븐틴>마저 신통치 못했다. 그 많던 환호성은 어디로 갔는지, 팔리지 않는 영화표는 그들의 상품성을 냉정하게 생각하게 했다.

국내 최고의 보이 그룹 H.O.T는 그간 끊임없는 출연요청에도 불구하고 3D 입체영화 <평화의 시대>까지 기다렸다. 현명한 선택이다. <평화의 시대>는 H.O.T에게 고단한 연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H.O.T는 축구선수로 나오지만 축구연습을 할 필요가 없다. 첨단 디지털 기술이 춤 추듯 공을 모는 축구선수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한 팀이 열 한 명인 축구의 규칙은 H.O.T가 다섯 명이기 때문에 다섯 명으로 바뀐다. H.O.T의 상품성을 철저히 뒷받침하는 <평화의 시대>는 70억 짜리 최고급 뮤직 비디오다. 동시에 H.O.T의 완벽한 캐릭터 무비(character movie)이기도 하다. 원래 25분이었던 <평화의 시대>는 일본H.O.T 팬들의 요청으로 4분 가량의 에필로그가 더해졌다.

멤버마다 '평화'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귀여운 모습을 담은 에필로그는 디지털 3D 입체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H.O.T의 아날로그적 친근감을 보충한다.

<평화의 시대>는 특수 제작된 안경을 쓰고 관람하는3D 입체영화다. 바로 코 앞에 강타가 찬 공이 날아오고 손을 뻗으면 강타가 잡힐 것 같은 착각을 준다. H.O.T 팬들에게는 H.O.T와 함께 숨 쉬는 듯한 환영을 일으킬 입체감이다. 반면 H.O.T를 '핫'이라고 발음하는 어른들에겐 28분짜리 어지러운 롤러코스터일 것이다.

<한승희(lisahan@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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