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로마자 표기법]외국인 발음 맞추고 컴퓨터 표기 쉽도록

  • 입력 2000년 7월 4일 19시 29분


문화관광부가 4일 국어의 새 로마자표기법을 확정 발표함에 따라 1984년 고시된 현행 로마자표기법의 기본틀이 바뀌게 됐다.

▼특징 ▼

가장 큰 특징은 ㅓ, ㅡ, ㅕ, ㅢ 표기 때 o와 u 위에 붙였던 반달표(˘)와 일부 자음에 붙였던 어깻점(’)을 없앤 것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지 않는데다 컴퓨터로 표기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 ㄱ, ㄷ, ㅂ, ㅈ의 경우 종전에는 어두에서는 k, t ,p ,ch로 적고 단어 가운데서는 g, d, b, j로 적었으나 g, d, b, j로 통일했다. ㄱ, ㄷ, ㅂ이 받침에 올 때는 종전과 같이 k, t, p로 적도록 했다.(예:금강→Geumgang, 가곡→Gagok)

또 다른 특징은 소리나는 대로 적도록 했다는 점이다. 국민은 국어의 ‘글자’를 로마자로 옮기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수혜자’인 외국인의 편의를 위해 ‘발음’대로 적는 방식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종로’는 ‘Jongro’가 아니라 ‘Jongno’가 된다.

▼표기상의 유의사항▼

국어 단어 중에는 표기와 발음이 다른 것들이 많은데 음운 변화가 일어날 때에는 변화의 결과에 따라 적도록 했다. 예를 들어 △자음 사이에서 동화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신문로→신문노 Sinmunno) △ㄴ과 ㄹ이 덧나는 경우(학여울→항녀울 Hangnyeoul) △구개음화 (해돋이→해도지 haedoji) △ㄱ, ㄷ, ㅂ, ㅈ이 ㅎ과 합하여 거센소리로 나는 경우(좋고→조코 joko) 등이다. 그러나 된소리되기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낙성대→낙썽대 Nakseongdae).

발음상 혼동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운대(Haeundae)를 ‘하은대’로 잘못 읽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Hae-undae’로 표기토록 허용한 것.

사람 이름에서 일어나는 음운 변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김복남’은 ‘김봉남’으로 발음되지만 ‘Kim Boknam’으로 적는다.

‘도, 시, 군, 구, 읍, 면, 리, 동’ 등의 행정구역 단위는 ‘do, si, gun, gu, eup, myeon, ri, dong’으로 적고 그 앞에는 붙임표(-)를 넣어야 한다(예:안성시 Anseong-si).

또 남산(Namsan) 안압지(Anapji) 불국사(Bulguksa) 등 자연지물명이나 문화재명 인공축조물명 등은 붙임표(-)없이 붙여써야 한다.

▼문제점▼

도로표지판 안내판의 경우 2005년까지는 신구표기의 병행으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는 도로표지판을 바꾸는 데만도 1700여억원이 들기 때문에 연차적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또 기존의 인명이나 회사이름 단체명 등은 그대로 쓸 수 있게 해 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성씨의 경우 서로 다르게 표기하는 경우(예:이→Lee, Rhee)가 많지만 통일하지 못하고 종친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추후 결정키로 함에 따라 외국인들이 같은 성씨의 사람을 성이 다른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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