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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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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이 투약하는 마약이 대마초나 히로뽕 등 전통적인 마약보다 훨씬 환각효과가 강한 신종 마약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 16일 기소된 20대 여성들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LSD는 극소량인 25㎍(마이크로그램·먼지 1입자 크기)만 투약해도 4∼12시간 동안 환각증상을 보이며 염색체 이상까지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물이다.
국내에서 지난해 처음 발견된 뒤 이번에 두 번째 적발된 엑스터시도 히로뽕의 3∼4배에 이르는 환각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투약 후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면 환각의 도가니에 빠진다고 해서 테크노바 등에서 ‘도리도리’라는 별칭으로 불린다고 한다.
특히 LSD는 종이에 흡착한 상태로, 엑스터시는 알약 형태로 각각 유통돼 적발이 어려운데다 가격도 LSD 1조각 2만원, 엑스터시 1정이 6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 신세대 사이에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강력부 박성진(朴成鎭)검사는 “히로뽕 등이 빈곤층과 취약층 장년층 남성을 상대로 유통되는 반면 엑스터시 등 신종 마약은 대학생과 대학원생 영어강사 등 20대 여성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검사는 “마약공급 루트가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확대돼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한편으로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 등으로 마약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마약의 안전지대인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다”고 말했다.
마약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마약 확산을 부채질하는 요인. 구속기소된 재미교포 중 한 명은 ‘마약흡입 혐의로 구속된 연예인이 보석이나 집행유예로 금방 석방되는 걸 보고 한국에서도 마약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검찰조사에서 진술했다.
대검이 지난달 21일 발간한 ‘1999년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98년 8350명에서 지난해 1만589명으로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또 법무부는 16일 전국의 재소자 수가 98년 12월 7만4000여명에서 이날 현재 6만4000여명으로 14% 줄었으나 마약사범은 오히려 같은 기간에 12% 증가해 5700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