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은 못속여" 김지하 아들 김원보씨, 소설가 등단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외할머니 아버지를 잇는 3대(代) 문인가족이 탄생했다.

시인 김지하(본명 김영일)의 외아들이자 소설가 박경리의 외손자인 김원보(26)가 계간 ‘문학과 의식’ 봄호에 단편 ‘마왕의 기원’을 추천받아 등단한 것. ‘마왕의 기원’은 가상의 태고시대를 배경으로 요정인 ‘엘프’들의 영웅담을 그린 작품이다.

김원보는 부친이 담시 ‘오적(五賊)’ 필화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던 74년 출생해 외할머니 박경리의 귀여움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93년 고등학교 졸업 후 컴퓨터 회사에서 게임 개발 업무 등을 하다 올해 뒤늦게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김씨는 “외할머니나 아버지의 작품세계에서 영향받은 것은 별로 없지만, 생각하기와 글쓰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두 분의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등단 소식을 듣고 두 분이 ‘열심히 해 보라’는 격려를 해주셨을 뿐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문인’은 그의 꿈과 거리가 멀었다. 컴퓨터 게임에 심취해 게임에 필요한 줄거리를 상상해왔고 컴퓨터통신 나우누리 게시판에 소설 형식으로 처음 올린 글이 정현기씨의 눈에 띄어 추천된 것.

그는 “소설만을 쓰는 작가가 되기보다는 게임 영화 등에 이용되는 텍스트를 폭넓게 창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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