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고급양주 판매 4명 구속…'병 바꿔치기' 수법이용

  • 입력 2000년 1월 21일 20시 12분


술 마신 다음날 아침 유난히 심한 두통으로 고통을 받았던 주당들이 ‘혹시 가짜 양주가 아니었을까’ 하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태현·金泰賢)는 21일 값싼 국산양주를 고급 양주병에 담아 판 혐의로 남모씨(49)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

가짜술 제조혐의로 89년 구속됐던 남씨가 즐겨 쓴 수법은 ‘병 바꿔치기’. 소매점에서 5000원하는 씨크리트 양주를 3만원짜리 임페리얼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들이 직접 사용한 장비라고는 접착제와 헤어드라이어가 고작. 그러나 완제품만은 진품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했다. 남씨는 빈병, 주세 납세필증, 병뚜껑 비닐, 포장재 등은 철저하게 ‘아웃소싱’했다.

남씨 일당은 지난해 11월 이후 주세 납세필증과 상표는 컬러복사기로 500장씩 정교하게 복사했다. 빈병은 서울시내 고물상이나 주점을 돌아다니며 병당 2500원씩 주고 박스단위로 사들였다. 양주 상자나 6병들이 박스는 주범 남씨가 변두리 인쇄소를 통해 확보했다.

1개월 이상의 준비 작업을 마친 남씨 일당은 지난해 12월 말 서울 강북구 우이동 몽양 여운형선생 묘소 관리창고에 모여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일일이 빈병을 물로 씻어 말렸고 손으로 접착제를 이용해 상표와 납세필증을 붙였다. 병뚜껑의 비닐캡을 정확하게 오그라들도록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했다. 수사관이 현장을 덮쳤을 때 창고에서 압수한 것은 가짜 임페리얼 300병, 빈병 2300개, 그리고 포장재 3000개. 남씨는 “유흥업소에선 직접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양주회사 관계자는 가짜술을 피하는 방법으로 술집에서 병뚜껑을 직접 따고, 주세 납세필증을 꼼꼼히 살피고, 비닐캡에 새겨진 제품명을 손으로 직접 지워보고, 불순물을 찾아보는 방법으로 가짜술을 마시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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